정부가 반도체에 이은 대한민국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이차전지 관련 사업 분야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전기차 수요 부진 등의 어려움 속에서 공급망의 탈(脫)중국화를 위한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투자 확대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고 신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는 등 ‘K배터리’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강경성 1차관이 취임 후 첫 행보로 포항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방문해 입주 기업들의 투자 현황과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포항에는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국내 대표 이차전지 소재 기업이 위치해 있는데 광물 가공부터 전구체, 양·음극재, 리사이클링 등으로 이어지는 이차전지 소재의 모든 생태계가 구축된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강 차관은 “이차전지는 반도체와 더불어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이자, 경제안보와도 직결된 첨단산업으로서 매우 중요한 만큼 튼튼한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금융·세제, 연구개발(R&D), 규제개선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이차전지 분야에 5조9000억원의 정책금융을 공급하고, 특화단지별 종합지원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강 차관이 방문한 포스코퓨처엠은 이차전지 음극재의 핵심 소재인 인조흑연의 생산 규모를 오는 2025년 말까지 올해보다 2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 포항 공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조흑연을 생산하는 곳으로, 포스코 제철 공정의 부산물인 콜타르를 원료로 사용해 원재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완전한 국산화가 가능하다.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연 8000 규모의 인조흑연 생산 능력을 올해 1만800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2025년 말까지 4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올해보다 생산 규모를 2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한 곳인 SK온은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솔리드파워와 협력을 강화하며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솔리드파워와 기술 이전 협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SK온은 협약에 따라 솔리드파워가 보유한 전고체 배터리 셀 설계 및 파일럿 라인 공정 관련 기술 전부를 연구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솔리드파워는 SK온에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공급하고 안정성과 성능이 뛰어난 전고체배터리 개발을 돕는다.
이를 통해 SK온은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 연구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시험생산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SK온은 솔리드파워의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및 셀 기술을 접목해 수명과 에너지 밀도 등 성능을 대폭 강화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할 계획이다. 양사는 개발 이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협력도 이어갈 방침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적용되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배터리다. 화재 위험이 적고 충전 시간이 짧은 것은 물론, 배터리 무게와 부피를 줄여 대용량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