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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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안 낳아야 하는데 왜 낳았노”…부산 북구청장 발언 논란 확산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 ‘평생교육센터’ 관련 대화서 “(장애인을) 안 낳아야 하는데 왜 낳았나”
“안타까운 마음에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면 좋겠다는 취지… 편견이나 폄훼 의도 아냐” 언론에 해명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브리핑에서 “분노 참을 길 없어… 국민의힘은 즉각 제명해야”
부산광역시 북구청 전경. 부산 북구 제공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이 성인 발달장애인 교육을 위한 ‘평생교육센터’ 존치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죄가 있다면 (장애인을) 안 낳아야 하는데, 왜 낳았나”라고 발달장애 부모를 탓하는 것으로 비친 발언을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부산 16개 구·군 중 네 번째로 장애인 인구가 많고 장애복지사업 평가에서 2년 연속 우수 지자체로 선정돼 기관 표창까지 받은 가운데 나온 이러한 발언에 지역 사회는 거센 비판을 쏟아낸다. 말실수라는 게 당사자 해명이지만, 부산의 장애인부모회는 ‘눈물이 난다’며 참담하다는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1일 부산장애인부모회 등에 따르면 오 구청장은 지난 17일 강서구와 북구 합동 기자 간담회에서 ‘평생교육센터’ 존치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국가의 발달장애인 돌봄 책임에 공감하면서 ‘발달장애인의 부모가 무슨 죄가 있느냐’는 취지의 대화를 주고받던 대목에서 논란의 발언이 나왔다. 발달장애인 자녀 둔 부모의 경제생활이 제대로 안 되면 국가에도 안 좋고 무엇보다 발달장애인 부모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던 김형찬 강서구청장 발언에 오 구청장이 “죄가 있다면, 안 낳아야 되는데 왜 낳았노”라고 답하면서다.

 

장애단체 등에 따르면 현장에서 나온 오 구청장 발언에 순간 정적이 흘렀고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자신의 문제를 인지한 듯 “내(가) 말을 잘못했다”고 오 구청장이 수습했다. 오 구청장은 논란이 확산하자 KBS 부산에 “부모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에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면 좋겠다는 취지였다”며 “편견이나 폄훼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 구청장 해명에 도우경 부산장애인부모회 회장은 “참담하고 눈물이 난다”며 “행정가로서 (장애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말 그 자체가 너무나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부산에서 네 번째로 많은 장애인 인구가 사는 북구는 지난해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동·편의사항을 지원하는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로도 지정됐다. 지난달에는 ‘부산 북구, 지자체 장애인 복지사업 2년 연속 ‘우수기관’ 선정’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17개 시·도 및 22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2023년 장애인복지사업 평가에서 2년 연속 ‘우수’ 지자체로 선정되어 기관 표창을 받았다”고도 알렸었다.

 

장애인 단체와 학계·공공기관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장애인 자립지원 ▲장애인 서비스 지원 ▲장애인복지 전달체계 ▲우수사례 등 평가 등 4개 분야(총 14개 항목)를 평가했으며, 지역 특성 여건에 맞춰 체계적이고 다양한 장애인 복지시책 사업의 적극 추진으로 장애인 복지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북구는 전했다.

 

​오 구청장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고자 민관이 함께 노력한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폭 넓고 다양한 주민층을 보유한 온·오프라인 관계망을 활성화하고,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여 함께 꿈꾸는 행복한 북구 실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 구청장을 국민의힘에서 제명하라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강력히 촉구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의힘 소속 부산 북구청장 오태원씨의 파렴치한 진심이 충격적인 비수가 돼 부모님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었다”며 “입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강 대변인은 이어 “발달장애인 부모에게 '장애가 있는 자식을 낳은 죄인'이라는 칼을 꽂았다”며 “자식을 낳아 기르려 애쓰는 것이 부모의 죄가 되는가”라고 물었다.

 

오 구청장 발언을 노골적인 장애혐오이자 약자에 대한 사회적 테러로 규정한 강 대변인은 “최소한의 인격과 개념도 팔아먹은 채, 장애혐오 비하에 앞장서는 ‘약자테러범’ 오 구청장의 후안무치에 분노를 참을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한 비대위원장을 향해서는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을 국민의힘에서 제명하라”며 오 구청장의 사퇴도 함께 요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강 대변인은 발달장애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