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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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발로 차고 라이터로 화상 입힌 20대…1심서 집행유예 [사사건건]

법원이 군대에서 후임을 폭행하고 라이터로 화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에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당우증)는 형법상 폭행, 군형법상 상관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3월 육군에 입대해 강원도 화천군의 한 부대에서 복무하며 후임 B씨를 1년여간 여러 차례 괴롭히며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담배를 피우며 이유 없이 짜증난다며 B씨를 발로 걷어차거나 ‘군 생활을 똑바로 하지 못한다’며 볼펜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넣고 비트는 등의 가혹행위를 B씨에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가혹행위는 B씨가 직급상 상급자인 분대장이 된 후에도 지속됐다. A씨는 자신이 외진 다녀온 것을 간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라이터를 가열해 B씨의 팔에 가져다 대 화상을 입게 한 혐의도 받는다. 이후 저녁 점호 시간에 B씨의 팔에 난 상처를 보고 상급자들이 경위를 물어 A씨의 범행이 드러났다.

 

법원은 “피해자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팔꿈치에 2㎝가량의 화상을 입었고, 범행일로부터 12일이 지난 뒤에도 화상 물집이 남아있었다”며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정도에 이르러 상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 측은 법정에서 B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으므로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화상을 입힌 범행은 피해 정도가 경미해 형법상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이 이뤄진 장소는 군사기지에 해당하므로 군형법에 따라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있더라도 공소기각 판결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죄질이 가볍지 않으나 상해의 정도가 경미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