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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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물가 잡은 독일 ‘9유로 티켓’… 국내 정치권도 입법 시도 [심층기획-불붙은 수도권 ‘교통대전’]

‘교통비 보편지원’ 차원서 벤치마킹해
석달간 대중교통 이용 25% 증가 성과
야당, 협의체 제안… 당정은 반응 없어
‘3만원 프리패스’ 등 법안 발의 잇달아

서울시 ‘기후동행카드’는 독일의 ‘9유로 티켓’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9유로 티켓은 2022년 6월부터 8월까지 한 달에 9유로(약 1만3000원)로 독일 대부분 지역의 근거리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기간 한정 무제한 대중교통 정기권이다. 독일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물가 상승과 에너지 요금 폭등에 대응하고자 시행한 정책으로, 약 5200만장이 판매됐다.

 

9유로 티켓이 인기를 끌면서 대중교통 이용은 25% 증가했고, 3개월간 이산화탄소 180만t을 저감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독일 정부는 지난해 5월 월 49유로(약 7만300원)에 고속열차 등을 제외한 전국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도이칠란트 티켓’(D-Ticket)을 출시했다. 여름 휴가철인 7월과 8월에는 매달 1100만장 이상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칠란트 티켓’ 광고판 앞으로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독일과 인접한 오스트리아는 2021년 1095유로(약 158만1800원·성인 기준)짜리 연간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 ‘기후 티켓’(KlimaTicket)을 도입했다. 청소년과 노인에겐 821유로(약 118만6000원)를 받는다. 룩셈부르크와 몰타는 대중교통 요금을 받지 않는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에 ‘한국식 9유로 (티켓) 정책’ 시행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자고 공식 제안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해 10월19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수도권에 사는 시민들이 차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가 함께 교통비 부담 완화를 위한 실질적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정부·여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입법 시도도 잇따랐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대중교통 이용객에게 매년 100회분의 교통비를 보편 지원하는 내용의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서울 시내 한 버스에서 시민이 카드로 요금을 결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전국 월평균 대중교통 이용요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월 3만원에 권역 내 버스와 지하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3만원 프리패스’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장지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문위원은 해당 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사업 시행 시 대규모 재원 소요가 전망되므로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재원 확보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기존에 도입된 대중교통 할인 제도들과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규희·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