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사실상 공천 문제와 김건희 여사 논란을 둘러싸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충돌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뉴스1과 한 통화에서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면서도 "지지 철회 논란과 관련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대통령실과 여당 주류 측이 이날 오전 한 위원장과 만나 사퇴를 요구했다고 보도한 뒤 나왔다.
여권 등에 따르면 해당 자리에서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 위원장에게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 대응에 관한 섭섭함을 표하며 사퇴해달라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실장이 윤 대통령 의중을 직접 전한 것을 두고 여권에서는 '사천' 논란도 작용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마포을에 김경률 비대위원이 출마한다고 직접 공개한 소식을 듣고 '시스템 공천'을 훼손한 일이라며 참모들에게 실망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총선에 출마한 용산 참모들에게도 특혜는 없다고 명확히 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을 강조한 상황에서 한 위원장이 이 원칙과 기준을 스스로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평소 '공천은 여당 업무'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거리를 뒀던 대통령실도 "전략공천이 필요하더라도 원칙과 기준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낼 정도로 이례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날 오전에는 사천 논란과 관련해 인터넷 매체 쿠키뉴스가 여권 관계자를 인용해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보냈던 기대와 지지를 철회했다고 보도해 여당이 술렁였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기사를 당 소속 의원이 모인 텔레그램 단톡방에 공유하며 한 위원장을 겨냥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 수행실장을 지낸 친윤(친윤석열) 강경파로 분류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비대위원을 공천하는 과정이 공천 시스템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며 "당협위원장이 있는 상태에서 사천처럼 됐다"고 말했다.
특히 김 비대위원은 여당 주요 인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사과를 요구한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에도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자칫 한 위원장과 협의된 얘기로 비쳐 대통령실과 당 간 불필요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는 했지만 한 위원장과는 구분하며 김 비대위원을 경계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실이 직접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해소되지 못한 채 오히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직접적인 정면충돌 흐름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한 위원장이 이날 보도에 관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짤막한 입장을 낸 것도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대통령실 안에서는 이 비서실장과 한 위원장 간 비공개 만남 내용이 여권 고위 관계자를 통해 언론에 보도되는 것에 관해서도 불쾌한 기류가 감지된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공개 회담이 있었다고 해도 그 내용을 언론에 노출하는 상황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며 "익명을 자처해 분열을 유도하는 행위에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