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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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유예” 절규에도…‘네 탓’ 공방만 하는 여야

27일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與 “산업안전청 내세워 법안 미루나”
野 “설치안, 초창기부터 제시” 반박
최상목 부총리 “범법자 양산 우려”
중기 유예 호소에도 법안 협의 난망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이 불과 나흘 남은 가운데 법 적용 유예의 열쇠를 쥔 국회가 23일 유예 협의는 뒷전인 채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제안’을 둘러싼 진실게임에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계의 호소가 연일 이어지지만 추가 유예를 골자로 한 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조차 난망한 터라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는 어려워보이는 상황이다.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이 윤재옥 위원장과 인사 후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민주당이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추가로 들고 나온 것처럼 완전히 거짓말하고 있다”며 “산업안전청 설치는 정부여당이 유예 이야기를 꺼낸 초창기부터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협의의 전제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를 내건 데 대해 국민의힘이 “조건을 새로 덧붙이며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고 비판하자, 홍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부터 논의 조건 중 하나로 ‘산업안전청 설치’를 명시했다고 반박한 것이다.

실제 홍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23일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협의 조건과 관련해 ‘산업안전청 설립을 포함한 산업현장 안전대책 제시‘를 언급한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국민의힘은 양당 원내지도부 간 소통 과정에서 민주당이 산업안전청 설립을 협의 조건으로 제시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거기다 산업안전청 설치는 문재인정부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 주도로 설립을 추진했지만 부처 간 이견 등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대신 2021년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이 산업안전보건본부로 승격돼 인력·업무가 확대된 바 있다.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 단체 회장단이 23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호소하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는 만큼 그 유예를 위해선 본회의 하루 전인 24일 법사위에서 관련 개정안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협의 조건 미이행’을 명분으로 내걸어 반대하면서 개정안 상정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지난해 9월8일 법사위에 회부된 개정안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며 법사위 상정조차 막고 있다”며 “민주당이 지금이라도 중소영세사업자의 절규에 즉각 응답해 협상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도 지지부진한 국회 논의에 연일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근로자의 안전이 중요함은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영세 중소기업의 여건이 열악해 준비가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개정안은 재해 예방보다는 범법자만 양산해 기업의 존속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계 또한 연일 국회를 향해 유예를 호소하는 중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이날 중기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50인 미만 사업장 대상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나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유예 법안이 국회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적용 유예를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촉구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만약 이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사업장 폐업과 근로자 실직 등 많은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승환·김범수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