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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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혐의’ 수사받던 의사 불러 강연 개최한 경찰…술자리도 동석

수사 대상인 의사 경찰서 불러 강좌 연 서장…부적절 처신 논란
의료사고로 고소된 사실 알고도 행사 진행…술자리 함께하기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인과관계 없음’ 회신받고 진행” 해명

의료사고를 일으킨 혐의로 피소돼 경찰 수사를 받던 의사가 사건 종결 전 담당 경찰서를 방문해 건강 강좌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의사는 경찰서장 등 간부들과 어울려 저녁 식사를 하기도 했다.

 

25일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80대 여성 A씨는 2022년 11월 시흥시에 있는 한 정형외과에서 인공관절 교체 수술을 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사진=뉴시스

A씨 측은 “병원에서 진통제를 다량으로 투여한 것이 뇌경색 발병의 원인”이라며 병원 의사 B씨 등을 업무상 과실치상 등 혐의로 지난해 3월 고소했다.

 

경찰은 10개월가량의 수사 끝에 ‘병원 측의 약물 사용이 뇌경색을 일으켰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 5일 B씨에게 무혐의 불송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수사를 맡았던 시흥경찰서 측이 사건 종결 전 B씨를 경찰서로 초청해 무료 강연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30일 시흥경찰서에는 현직 서장인 김모 서장이 부임했는데 인사차 방문한 시흥시 의사협회와 건강 강좌 개최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서장은 “경찰관들은 야간 교대 근무를 많이 하는 등 격무에 시달려 심혈관 질환 등의 환자가 많은데, 건강 강좌를 해줄 수 있겠느냐”며 요청했고, 시흥시 의사협회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어 김 서장과 시흥시 의사협회 의사 4명 등이 모여 저녁 식사도 했는데, 협회간부인 B씨도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김 서장 등을 제외한 일부 참석자들은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여 뒤인 10월13일부터 시흥시 의사협회는 시흥경찰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4차례에 걸쳐 건강 강좌를 열었고 B씨도 강연자로 참여했다. 강연에 앞서 시흥경찰서는 시흥시 의사협회로부터 B씨가 포함된 4명의 강연자 명단을 전달받았다.

 

김 서장은 이때 형사과에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피소된 B씨를 수사 중이라는 사실을 보고받았으나,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건강 강좌의 첫날 강연자로 나서 1시간에 걸쳐 강연했고 이 과정에서 김 서장이 알려준 이른바 ‘숟가락주’(숟가락에 소주잔을 올려둔 뒤 술을 흘리지 않으면서 마시는 방식)에 대한 소개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B씨는 건강 강좌를 진행한 사진 등을 병원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나중에 A씨 측이 이를 보고 김 서장 등이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며 반발했다.

 

김 서장은 “건강 강좌 개최 이틀 전, 정보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으나 앞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지난해 9월25일 ‘(병원 측의 약물 사용과 뇌경색 발병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회신했다는 말을 듣고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했다”며 “의료사고 수사의 경우 수사기관의 자체적인 판단이 아닌 중재원의 결과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기에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시흥시 의사협회와 저녁 식사 당시에는 B씨가 피소됐다는 사실을 몰랐고, 수사와 관련해 이야기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시흥=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