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이 위태롭다. 세계일보가 어제 입수한 ‘2023년 세법개정 세수효과 및 세부담 귀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확정된 세법개정으로 올해부터 5년간 줄어드는 세수가 3조6733억원으로 추정됐다. 애초 정부 전망치보다 6031억원 더 많다. 추가 세제 혜택과 저성장 등 경제 여건에 비춰볼 때 세수 부족분은 더 불어날 공산이 크다.
이 와중에 정부와 정치권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사흘이 멀다 하고 감세와 현금성 지원, 규제 완화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및 증권거래세 인하, 임시투자세액공제연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확대만 따져도 내년 세수가 3조4000억원가량 쪼그라든다. 여기에 전기요금 및 건강보험료 감면, 현금 지원 등까지 합치면 부족분은 1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국회가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추진하는 대구∼광주 달빛철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 대구·경북 신공항 사업 규모도 최소 22조원을 웃돈다.
이런 추세라면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3.9%인 91조6000억원 적자가 예고된 데 이어 내년에도 3%를 넘어설 게 뻔하다. 나랏빚은 이미 1100조원을 넘어섰고 올 연말 1200조원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관리재정 적자를 GDP 3% 이내로 묶겠다’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발의된 지 1년6개월 지났지만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정부는 30년 단위의 장기 국가재정계획을 담는 ‘재정비전 2050’도 올 하반기에 발표하기로 했다. 50조원 이상 세수 결손과 고물가 탓에 1년 넘게 미뤄졌는데 다시 6개월 연장한 것이다. 무분별한 재정 지출을 막을 장치가 없으니 선심성 정책 폭주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정부는 나랏빚을 집권 5년간 400조원이나 늘려 ‘재정 중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틈만 나면 “(재정 중독은) 미래 세대 약탈이고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며 재정 건전성을 강조했다.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총선이 다가오자 건전 재정 의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재정 퍼주기 못지않게 세금을 마구 깎아 주는 것도 부작용이 크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스스로 정한 재정준칙을 허물어선 안 될 일이다. 여야도 재정만 악화하는 망국적 포퓰리즘 경쟁을 멈춰야 한다.
[사설] 5년간 세수 감소 4조원, ‘총선용 감세’ 뒷감당할 수 있겠나
기사입력 2024-01-28 22:54:31
기사수정 2024-01-28 22:54:30
기사수정 2024-01-28 22: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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