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여당이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남은 갈등의 불씨를 서둘러 누그러뜨리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이날 회동은 지난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갈등 봉합의 제스처를 나눈 이후 엿새 만이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두고 대응 방식에 견해차를 보이며, 한 위원장의 거취 논란까지 불거진 바 있다. 이날 만남은 당정이 화해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이어가며 민생 의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찬을 위해 용산으로 이동하기 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오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며 “민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오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천 관련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묻는 질문에 한 위원장은 “공천은 당이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의 당무개입 문제로 확대해석되지 않도록 일찍이 선을 그은 것이다.
이날 오찬에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비롯해 윤재옥 원내대표,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동석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시간가량 진행된 오찬 이후 별도로 30분여간 차담을 더 나눴다고 한다.
오찬을 마치고 국회로 돌아온 윤 원내대표는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은 민생 문제로 많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주로 주택·교통 문제를 비롯해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등 민생 의제에 대해 이야기 나눴고,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나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 등 민감한 안건들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르면 30일 윤 대통령이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해당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원내대표는 “평상시 당정 분위기와 다르지 않았다“며 “민생 문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1일 윤 대통령이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당정 관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뒤이어 지난 23일 이틀 만에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 함께 방문하며 극적으로 갈등이 봉합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김 여사 논란과 김 비대위원 거취 문제 등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민감한 이슈들이 산재해 있어 당정 간 갈등 봉합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