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활용하기 힘든 억지스러운 유행.”
지난해 ‘로우 라이즈(Low rise)’ 패션 기사가 보도되자 한 누리꾼이 남긴 댓글이다. “어디까지 내린 것이냐”, “민망하고 다소 선정적인 것 같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로우 라이즈는 바지나 치마를 골반에 걸쳐 입는 패션이다. 걸그룹 (여자)아이들이 착용한 로우 라이즈 바지 위로 속옷 하의 일부가 노출돼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명인들이 착용한 선정적인 의상에 관한 논란은 올해도 이어졌다. 지난 26일 하이브 레이블즈와 쏘스 뮤직 공식 유튜브 채널에 걸그룹 르세라핌의 신곡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이 시작되자 멤버 한 명이 등장하고, 좁은 복도에서 다른 멤버와 부딪히는 장면이 연출된다. 이들은 패딩 안에 짧은 상의와 속옷을 연상케 하는 하의를 입고 있다.
이후 장면은 건물 밖 낙원상가로 이어진다. 어두운 밤 조명이 켜진 건널목을 거니는 멤버의 전신을 비추자 의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목까지 오는 긴 패딩 안에 하얀색 상의와 속옷 같은 하의를 착용했다. 상의 역시 속옷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11년 만에 복귀한 걸그룹 씨스타 19가 뮤직비디오에서 착용한 의상도 이와 유사하다. 이러한 스타일을 ‘팬츠리스 룩’이라고 부르고, 매우 짧은 바지를 입거나 바지를 입지 않고 속옷만 입는 패션이다.
누리꾼 반응은 차가웠다. 관련 기사와 영상 댓글에는 “기저귀를 연상시킨다”, “노출이 너무 심하다”, “벌거벗은 임금님과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미성년자가 자극적인 의상에 노출될 것을 염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서 신중하게 의상을 선택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반면 팬츠리스 룩을 옹호하는 댓글도 있었다. “창조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 “너무 구시대적 사고다” 등이다. 댓글에서 한 누리꾼은 “해외 연예인이 하면 멋있고, 한국 아이돌이 하면 민망한가”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미국 헐리우드 셀럽들도 팬츠리스 룩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미국 유명 모델 켄달 제너(Kendall Jenner)는 검정색 니트와 검정색 스타킹 위에 브리프(briefs·몸에 꼭 끼거나 가랑이가 짧은 바지)를 착용했다. 동생 카일리 제너(Kylie Jenner) 역시 회색 코트 안에 하얀색 상의와 브리프를 착용해 화제가 됐다.
팬츠리스 룩은 1950년대 댄스웨어 형태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댄서들은 길고 우아한 선을 만들기 위해 스타킹 위에 레오타드(Leotard·무용수나 여자 체조 선수가 입는 몸에 딱 붙는 타이츠)를 입었다. 하지만 춤을 출 때뿐만 아니라 셔츠, 스웨터 등을 걸치기도 하고, 때로는 허리를 강조하기 위해 벨트를 착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