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안 되는 것 말고 모두 허용하는’ 포괄등재방식(Negative List System)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사와 약사단체, 플랫폼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세부 기준을 만드는 방식으론 합의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비대면 진료를 ‘진료상담’의 한 방식으로 협소하게 다루지 말고 원격 건강관리와 재택의료 등과 연계해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이슈브리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각계 의견, 문제점 및 개선 방향’에 따르면 김은정 입법조사관은 선별등재방식(Positive List System)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포괄등재방식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포지티브(Positive) 규제’로 불리는 선별등재방식은 법적으로 허용한 방안 말곤 모두 금지한다. ‘6개월 내 대면 진료를 받은 경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등의 기준이 이에 해당한다. 네거티브 규제인 포괄등재는 안 되는 방안을 빼곤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다.
김 조사관은 “선별등재방식으론 기준마다 이익단체의 의견이 대립하기 때문에 합의를 이루며 시범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포괄등재제도 형태로 바꿔 중증질환이나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하는 질환, 심각한 외상 등 비대면 진료가 불가한 상황을 제외하고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비대면 진료를 원격의료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 시범사업 기간 미래 의료서비스 모형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발간 학술지 ‘보건산업정책연구’ 최신호에 게재한 ‘원격의료서비스 제공 모델과 미래’에서 “우리나라에선 화상 상담 수준의 초보적인 (비대면) 진료만 허용돼 있다”며 “방문비용을 절감하는 것 외에 새 가치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전화 상담을 제외하고 플랫폼을 통해 화상진료를 받는 ‘단순화상진료형’과 플랫폼에서 만성·복합질환자들이 건강관리 정보를 공유하면 의료진이 욕구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기감시·통합서비스 결합형’, 중증환자와 노인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모니터링을 통해 의사나 간호사 등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자동서비스형’ 3가지 모형을 제시했다.
반면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 허용이 원격의료 전면 허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