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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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인재를 받으신다고요?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중도입국 청소년의 입국이 늘고 있나 보다. 지난가을부터 한국어교육 문의가 많아졌다. 서울에 온 지 몇 달 되었고 편입학을 준비 중이니 한국어를 먼저 배우게 해달라는 요청이다. 학교 밖 청소년이 다닐 수 있는 서울시의 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도 안내하고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다+온센터도 알려준다. 이미 다녀왔노라고 거기도 정원이 찾노라고 자꾸 돌려대지 말라고 한다.

아이 손을 잡고 무작정 찾아오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할아버지 한 분은 손자가 방학이라 한국에 왔는데 한국어를 배우게 해달란다. 방문비자는 공부할 수 없다고 해도 앞으로 한국에 와서 학교에 다닐 것이란다. 정말이지 당당하다.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방문한 가족에게 한국엔 언제 왔는지, 몇 학년까지 공부하다 왔는지 체류비자는 무엇인지 하나씩 물어보는 동안 아이는 아무 말이 없다.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낯선 곳에서 받는 외국어 질문에 긴장하는 사이 어른들이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서 중학교도 다니고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대학교도 다닐 계획이라고. 우리도 부모의 바람대로 되길 바란다. 몇 달을 지켜보다 예비편·입학반 단기과정 한국어교실을 열었다.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러 온다.

몇 해 전, 학교 밖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었다. 그때는 어디에도 소속된 곳 없이 부표처럼 둥둥 떠다니는 아이들이 이대로 청소년기를 보내게 할 수는 없다는 게 시작 동기였다. 선한 의도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정규 학교과정이 아니어서인지 아이들은 여전히 방황하다 중·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이 성인이 됐다. 힘만 들었다.

지금은 의도를 바꿨다. 학교에 갈 계획이 있는 아이들 그러니까 정착할 계획이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전환했다. 투입 대비 성과를 셈하다 보니 내린 결정이기도 했고 인근 학교에 점점 증가하는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대응이기도 했다. 아니 점점 감소하는 학령기 인구에 대한 대응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렇게 기관을 찾아다니며 한국어를 배운 아이들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학교에 편입되기를 바란다. 학교과정을 거쳐 한국사회에 적응하길 바란다.

인구감소가 확연해지면서 외국인 인재 유치라는 이민정책이 자주 거론된다. ‘인재’, 재주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언제부터인가 엘리트와 겹쳐지면서 학식과 전문성을 인정받는 사람처럼 들린다. 기본적인 학력과 소통 능력이면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들에 모두 다 인재가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 내 주변의 외국인들은 배낭을 짊어지고 출퇴근하는 건설노동자들이고 식당에서 궂은일하는 종업원들이다. 또 수시로 한국에 오는 그들의 자녀들이다. 인재가 아니어도 다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한국어를 배우고 학교에 편입하는 청소년들도 그들 부모의 바람처럼 교육과정을 거쳐 일자리를 찾고 제 밥벌이를 하는 청년이 될 것이다. 그럼 되는 것 아닌가.

우리 사회는 저마다 인재가 되려다 농사지을 사람이 없고 기계를 돌릴 사람도 없는 사회가 되었다. 인재로 키우지 못할 바에야 아이도 낳지도 않는 사회가 되었다. 인재가 아니어도 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돌아오지 않겠나. 못생긴 나무가 숲을 지킨다고 했다.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