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돈봉투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유죄로 나오면서 송영길 전 당대표를 비롯한 관련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2부(재판장 김정곤)는 31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당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게는 총 징역 1년8개월과 벌금 600만원, 추징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이날 실형 선고로 윤 의원은 구속 상태가 유지됐고, 강 전 감사는 보석이 취소돼 다시 구금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당대표 경선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저해하고 선거의 불가매수성(사고팔 수 없음)과 정당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규제의 사각지대인 당내 선거에서의 그릇된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금권 선거의 구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윤 의원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6000만원을 살포하라고 지시·요구·권유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캠프에서 조직본부를 총괄한 강 전 감사는 윤 의원의 요구를 송 전 대표 보좌관 박용수씨에게 전달했고, 박씨는 같은 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300만원씩 들어 있는 봉투 20개를 윤 의원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마련된 돈봉투가 윤 의원을 통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살포됐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윤 의원과 강 전 감사는 이런 공소사실에 사실관계나 법리적인 잘못이 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살포 금액이 2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윤 의원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돈봉투 안에 든 금액에 대해 전달자들의 진술이 일치하고, 이들이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로 액수를 부풀릴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 의원은 금품 제공을 권유한 행위와 실제로 수령한 행위에 하나의 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정당법상 각 죄가 별개로 성립하는 게 맞는다고 봤다. 일부 금품 전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강 전 감사의 주장도 “증거를 통해 충분히 인정된다”며 배척했다.
돈봉투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1심 법원에서 유죄 판단을 받으면서 이번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송 전 대표 재판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국회의원 살포용 6000만원의 돈봉투가 살포되는 과정을 송 전 대표가 인지 및 승인했다면서 그를 “범행의 정점이자 최대 수혜자”로 규정했다. 법원도 지난해 12월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됐다”며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송 전 대표에 대한 첫 재판은 2일 열린다.
현재 검찰의 돈봉투 사건 수사는 20개의 돈봉투를 수수한 현역 의원으로 대상을 넓히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이 강제수사를 진행한 의원은 무소속 이성만 의원, 민주당 임종성·허종식 의원 3명이다. 검찰이 수수 의원 상당수를 특정한 것으로 알려져 총선 전 추가 소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