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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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발 사주 의혹’ 손준성 유죄, 檢 정치 개입 전모 규명해야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어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법원은 손 검사장의 ‘선거 개입’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은 위반했다고 봤다. 손 검사장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사실도 인정했다. 손 검사가 유죄를 받으며 검찰의 정치 개입 및 검찰 사유화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어제 판결 결과는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손 검사장의 탄핵 심판 사건 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고발 사주 의혹’은 검찰이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최강욱 전 의원과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범여권 인사를 고발하도록 야당 측에 사주했다는 게 골자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라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당시 작성한 고발장에는 검찰총장인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대검 반부패부장(검사장)이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피해자로 적시돼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그 지위를 이용해 고발장 일부를 작성·검토했고 고발장 내용의 바탕이 된 수사정보의 생성·수집에 관여했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손 검사장에게 5년을 구형하며 그 이유로 “(손 검사장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가족을 비호하려는 목적 등으로 이 같은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국기 문란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 중 처음으로 유죄가 선고된 사례가 됐다. 이에 공수처는 출범 3년 만에 ‘수사력 논란’에서 다소나마 벗어날 계기를 마련했다. 2022년 9월 공수처 수사결과를 뒤집고 김 의원을 무혐의 처분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돼 재판을 받던 손 검사장은 지난해 9월 대구고검 차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8개월에 걸쳐 수사를 받는 동안 구속 위기에도 고발장 작성과 전달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런데도 1심 선고도 나오기 전에 현 정권은 피고인을 승진시켜 보은성 인사 논란이 제기됐다. 이런 인사가 검사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겠는가. 손 검사장의 고발장 작성 관여 행위가 인정된 만큼 사건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는 당시 검찰의 ‘윗선’ 관여 여부를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