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한국민속촌은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보존하고 다양한 세시풍속을 경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전통문화 테마파크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방문한 한국민속촌에는 개장시간을 앞두고 벌써 많은 관람객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오전 10시 정각에 문이 열리자 한복 차림의 직원들이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한국민속촌은 전국의 전통가옥을 옮겨와 구성한 민속마을과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즐길 수 있는 놀이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민속마을로 들어가려면 궁궐이나 양반가의 바깥채 안쪽에 세 칸으로 세운 대문인 내삼문(內三門)을 통과해야 한다. 민속마을엔 조선시대 전국 각지의 가옥 특징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크고 작은 전통 가옥 270채가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다. 양반집 사랑채에는 글 읽는 선비 모습을 볼 수 있다. 초가지붕을 얹은 농가 외양간에서는 살아있는 소가 관람객을 반긴다. 조선시대 용인지역을 관장하던 관아에는 죄인에게 곤장을 때리던 형틀이 전시돼 있어 방문객이 형리와 죄인 체험을 할 수도 있다.
민속마을의 또 다른 볼거리는 공방거리다. 대장간에는 각기 다른 모양의 팔도 호미들이 전시돼 있고 유기공방에서는 90세 김상구 장인이 전통 방식으로 유기수저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짚신 만드는 모습과 전통 탈 만드는 장인의 공방도 관람객 눈길을 잡는다.
민속마을이 눈으로 즐기는 곳이라면 놀이마을은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즐기는 공간이다.
놀이마을 이벤트는 정례적으로 바뀐다. 지금은 3월까지 이어지는 ‘추억의 그때 그 놀이 청춘여행 8892’라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청춘 소개팅, 대입학력고사, 깜짝 몰래카메라 등 다양한 체험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일명 ‘벨·튀(벨 누르고 튀기)’다.
선착순 모집한 지원자들이 한 명씩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면 익살스러운 분장을 한 진행 배우들이 무서운 속도로 대문을 열고 달려 ‘벨튀자’를 잡아 재미있는 벌칙을 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설사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더라도 다 함께 폭소를 터뜨리며 지켜보게 된다.
민속촌을 한 바퀴 돌아 내삼문 앞으로 다시 나왔다. 한 가족이 종이에 소원을 적어 돌탑에 매다는 모습이 보인다. 이미 돌탑에는 소원을 단 종이들이 빼곡하게 달려 있다. 이 종이들은 정월대보름에 달집을 태울 때 같이 태운다고 했다. 달집은 달맞이할 때 불을 질러 밝게 하려고 생소나무 가지 따위를 묶어 쌓아 올린 무더기다.
1974년 개관한 한국민속촌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며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내외국인이 한국의 다채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다양한 세대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온 가족이 모이는 설 연휴, 한국민속촌으로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 전통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