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부차기에서 1번 키커로 나섰던 손흥민 13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박지성을 원망하고 있다”는 농담을 했다.
1일 손흥민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우스갯소리지만, 아직도 (박)지성이 형을 되게 많이 원망하고 있습니다. 하하”라고 말했다.
손흥민이 꺼낸 13년전 기억은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이다.
당시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서 격돌했는데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를 할 수 밖에 없었고 박지성 등 베테랑들이 키커로 나서지 않았다. 키커로는 당시 어렸던 구자철(제주), 이용래(대구), 홍정호(전북) 등이 차례로 실축해 결국 결승행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순서는 당시 막내였던 손흥민이었는데 기회가 오지 않았다.
당시 박지성은 “나는 페널티킥에 자신이 없었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차지 않았다”면서도 “그때로 돌아간다면 직접 차서 후배들의 짐을 덜어주고 싶다”고 인터뷰 했었다.
하지만 13년전 막내에서 ‘캡틴’으로 위치가 바뀐 손흥민은 당당히 1번 키커로 나섰다.
손흥민은 “아직도 지성이 형과 관계가 워낙 좋으니까 웃으면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번 키커는 막중한 자리”라면서 “2011년 때 지성이 형처럼 조금도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가장 중요한 건 첫 번째나 마지막 키커”라면서 “그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싶었다. 감독님이 첫 번째 키커를 하라고 해서 아무 거부감 없이 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골키퍼 조현우게 힘을 주고 싶었다. 이제 막아야 하는 입장인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서 다음 라운드에 가길 바랐다”고 떠올렸다.
현재 클린스만호 분위기에 대해 손흥민은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 기자님들도 그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며 “응원해준 모두가 서로 가까워지고 단단해진 경기였다.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웃었다. 이어 “지난 일은 잊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8강 상대는 호주로 손흥민은 “호주는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분명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며 “축구에는 항상 이변이 생긴다. 패배를 반복하고 싶지 않고, 잘 회복해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 31일 오전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부차기에서 손흥민은 1번 키커로 나서 골을 넣으며 한국 승리를 견인했다.
뒤를 이어 키커로 나선 김영권(울산), 조규성,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차례로 골을 성공시켰고 수문장 조현우는 승부차기에서 2골이나 막아내며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