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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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변리사 업무 제한한 변리사법 ‘위헌’” 헌법소원 제기

“3조, 직업선택자유·평등권 침해해”
“변리사회 의무 가입 11조도 위헌”
“로스쿨 제도 취지에 반해” 목소리

지난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갓 변호사 등록을 한 변호사들이 변호사의 변리사 업무를 제한한 현행 변리사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에 나섰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호사 3명은 전날 헌법재판소에 변리사법 제3조와 제11조의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가 직접 대리하며, 청년 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기원)도 참여한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이 지난 1월3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변리사법 제3·11조의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제공

변리사법 제3조는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 변호사법에 따른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실무 수습을 마친 사람은 변리사의 자격이 있다’고 못 박고 있다. 이 조항은 2016년 1월 개정돼 같은 해 7월28일 시행됐다.

 

청구인들은 문제의 조항이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반해 특허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변리사 업무는 대부분 변호사 직무에 포섭되는 법률 사무인데, 2016년 7월28일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가 대통령령에 따른 실무 수습을 받지 않으면 변리사 자격을 부여하지 않아 변리사 업무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1961년 변리사법이 제정되기 전엔 변리사 업무가 변호사 업무였다는 역사와도 맥이 닿아 있다. 당시 제3조엔 ‘변리사 시험에 합격해 1년 이상 실무 수습을 마치고 전형에 합격한 자’, ‘변호사법에 의해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로 변리사 등록을 한 자’가 변리사 자격이 있다고 돼 있었다.

 

청구인들은 또 문제의 조항에 “변리사들이 특허 관련 법률 서비스 시장에서 갖는 지배력을 강화해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정 이래 55년간 유지돼 오다가, 2016년 돌연 개정된 점 때문이다.

 

여기에 변리사 시험 합격자와 달리, 변호사는 변호사로서의 실무 수습을 받아 법률 사무를 취급할 수 있게 된 후에도 변리사와 동등한 수준의 실무 수습을 별도로 받아야 변리사 자격을 얻을 수 있게 한 건 “변호사가 모든 법 분야에 대해 그때그때 실무 수습을 받아야만 해당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부당한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변호사는 그 전문성에 걸맞게 변리사와 구분해 단기간의 실무 수습을 받게 하는 식의 다양한 대안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지난 1월3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변리사법 제3·11조의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제공

청구인들은 또 “변호사 자격 취득 시점에 따라 업무 영역에 차별을 둠으로써 2016년 7월28일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변리사회 가입 의무를 규정한 제11조도 직업 수행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변리사회에 가입하지 않고서는 변리사로서 활동할 수 없게 해서다. 또 결사에 가입하지 않을 소극적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해당한다.

 

이에 대해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2016년 7월28일 이전 변호사 자격 취득자는 변리사법 3조에 의해 변리사 등록을 할 수 있었다”며 “따라서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법연수생이나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 역시 이러한 신뢰를 갖고 사법시험에 응시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욱 회장은 “그럼에도 2016년 7월28일 이후 변호사 자격 취득자가 실무 수습을 받아야만 변리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은 신뢰 보호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2016년 7월28일 이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거나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과 2016년 7월28일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을 합리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차별 취급해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특허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들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높다”면서 “법조 유사 직역의 통폐합을 전제로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려는 로스쿨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재는 접수일 기준 30일 안에 지정재판부의 사전 심사를 거쳐 심판 회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