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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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장 아우성에도 중처법 유예 與 중재안 걷어찬 野

산업안전청 설치로 의견 접근에도
민주당 의총서 부결돼 합의 무산
노동계 강력 반발에 입장 바꾼 듯

여야가 어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에 극적으로 합의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끝내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법 시행을 2년 더 미루고 산업안전보건청을 2년 후 개청하자는 국민의힘 협상안을 놓고 어제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수용 불가로 결론 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생명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면서 “정부·여당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호소를 끝내 외면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4·10총선을 앞두고 노동계 표를 의식해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린 건 아닌지 의문이다. 민주당 의총 전까지만 하더라도 극적인 합의 가능성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제 오후 양측 협상에서 의견 접근을 이룬 끝에 의총 추인을 위해 어제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1시간 미루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국노총과 정의당이 국회 본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등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강경파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고 한다. 노동계 눈치나 보는 정당이라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사망 등의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2년 전 시행될 때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2년간 적용을 유예했다.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이 법에서 요구하는 보건안전 기준을 당장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열악한 인력과 경제적 부담 등으로 인해 2년 유예기간에도 준비가 제대로 될 수 없었다. 직원 월급 주기에도 빠듯한 동네 마트나 식당이 안전관리자를 채용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야당의 비협조로 유예기간이 종료되면서 지난달 27일부터 전국 83만개 사업장으로 법 적용이 확대됐다. 그제 국회를 찾아 법 유예를 촉구한 중소기업인 3500명의 호소는 절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규모의 중소기업인이 모인 건 유례없는 일이라고 한다. 사장이 구속되면 사업은 망가지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위험을 자식에게 물려주느니 차라리 건설업체를 팔겠다는 말이 엄살만은 아니다. 그제 벌써 직원 50인 미만인 부산 폐알루미늄 수거·처리 업체와 강원 평창군 태양광 건설 공사 현장에서 직원 2명이 사망해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내일은 또 어디서 중대 사고가 날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민주당은 언제까지 이들의 호소와 절규를 외면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