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동결 발표 후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면서 인플레이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실망감에 이날 뉴욕증시는 급락세를 보였지만 국내 증시는 반대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올해 들어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의 5.25∼5.5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9월과 11월, 12월에 이은 4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다. 미국과 한국(연 3.50%)의 금리 격차는 최대 2%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보다 강한 확신이 들 때까지는 목표 범위 하향 조정이 적절하다고 예상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새롭게 추가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 2%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번 회의 결과 3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정도의 확신을 가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아마도 3월은 (금리 인하) 가능성이 그렇게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도 당분간 현행 3.50%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제2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이 크므로 섣부른 금리 인하 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물가, 금융 안정 데이터를 확인하며 긴축 기조는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금리 인하 기대 축소 발언에 미 뉴욕증시는 급락세를 보였다. 나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2.23%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61%, 다우존스지수가 0.82% 각각 하락 마감했다. 반면 국내 증시에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코스피는 오히려 이날 1.82% 상승한 2542.46에 장을 마감했다.
증권가는 연초 이후 미국 증시를 따라가지 않았던 중국과 한국이 자체 증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실제 금융 당국이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주가 가치를 개선하는 ‘기업 밸류 업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뒤 PBR이 낮은(저평가된) 종목을 중심으로 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체로 은행, 증권, 보험, 자동차, 통신, 철강, 지주사 등 종목의 PBR이 낮다.
이날 KB금융(8.30%), 신한지주(4.04%), 하나금융지주(8.79%), 우리금융지주(3.82%) 등 은행주가 상승했고, 흥국화재(29.87%), 한화손해보험(17.43%), 삼성화재(9.66%), 동양생명(9.13%) 등 보험주와 키움증권(11.27%), 메리츠금융지주(2.19%) 등 증권주가 급등세를 보였다. LG(7.44%), SK(7.36%), 한화(10.09%), CJ(7.45%) 등 지주사 종목도 주가가 올랐다. 현대차는 이날 6.89% 상승한 20만8000원을 기록하며 전날 기아에 내줬던 코스피 시가총액 6위 자리를 다시 가져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증시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저평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주 가치를 제고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한편 수요 기반을 확충하는 세 가지 축으로 대응하겠다”며 “이달 중 기업 밸류 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