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인력부족에 비극 반복… 공상자 해마다 수백명 [문경 화재 소방관 2명 순직]

제주 소방관 순직 한 달 만에 또
사고 때만 공분… ‘반짝 관심’ 그쳐
지휘 대처능력·훈련 부족도 원인

“더 이상 죽기 싫다! 우리는 불 끄는 기계가 아니다!”

 

2022년 1월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화재현장에서 소방관 3명이 순직한 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은 청와대 인근에서 대정부 규탄대회를 열고 이같이 외쳤다. 2021년 경기 이천시 쿠팡물류센터 화재와 울산 상가 화재로 소방대원이 1명씩 순직한 데 이어 또다시 날아든 비보에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고, 정부는 재발방지책과 소방관 처우 개선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에도 비극이 반복됐다.

1일 경북 문경 신기동 공장 화재 현장에 구조작업을 하다 숨진 소방관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번 경북 문경시 육가공공장 화재 진압 도중 순직한 고(故) 김수광 소방교, 박수훈 소방사 이전에도 지난해 12월1일 제주 서귀포시의 한 주택 옆 창고 화재 당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키고 화재를 진압하다가 순직한 고 임성철 소방장, 같은 해 3월6일 전북 김제시에서 발생한 단독주택 화재 때 70대 노인을 구조하려 화염 속으로 뛰어들었다 끝내 숨진 고 성공일 소방사가 있었다.

 

1일 소방청에 따르면 순직 소방공무원은 해를 거르지 않고 꾸준히 나오고 있다. 공상자는 매년 수백명, 많을 땐 1000명이 넘는다.

 

비극이 되풀이될 때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지적이 인력 부족 문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일단 소방관 인력 부족 문제가 가장 크다”며 “인구 1만명당 소방관 수 통계를 보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확연히 적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인력이 부족하면 그만큼 피로도가 누적되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거나 순직, 공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커진다”고 꼬집었다.

현장 지휘관의 대처 능력도 문제로 꼽힌다. 소방공무원노조의 한 관계자는 “인명 수색이나 구조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큰 불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대원들을 투입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장 경험이 많지 않은 지휘관들이 그런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일갈했다. 소방청은 현장 근무자보다 행정 근무자가 승진에 유리한 탓에 현장 지휘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과 관련해 2021년 하반기부터 현장 지휘관 자격인증제도를 운영 중이나, 이와 비슷한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전 같은 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채 교수는 “국내에 실물 화재 훈련장이 많지 않은데, 이것도 큰 문제”라며 “그나마 있는 몇몇 훈련장들에서도 불을 피운 뒤 실전훈련을 하려고 하면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쳐서 제대로 훈련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고 우려했다.


김주영·이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