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9일 112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30대 남성 A씨는 “아버지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A씨의 아버지 B씨는 60대 남성으로, 경북 상주시 일대에서 축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경찰은 B씨 축사에서 일하는 한 외국인 노동자로부터 뜻밖의 진술을 확보했다. “사흘 전인 6일 B씨 숙소에서 A씨를 봤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A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범행 당일인 6일 새벽 B씨를 둔기로 살해한 뒤 숙소에서 약 150m 거리에 있는 야산에 구덩이를 파고 암매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동기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비로소 명확하게 드러났다. 검찰은 B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A씨가 평소 “축사를 빨리 증여해달라”며 B씨에게 자주 불만을 표시한 정황들을 발견한 것이다. 특히 A씨는 사건 발생 5개월여 전에도 축사에서 흉기를 들고 “소를 다 죽여버리겠다”며 난동을 피운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작 B씨는 아들에게 축사를 증여할 의사가 분명했다. 검찰이 발견한 통화녹음 파일 중에는 A씨 부자의 통화 내용이 있었다. 7분가량의 통화에서 B씨는 A씨에게 “재산을 증여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수차례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축사 증여 문제라는 범행 동기조차 피고인의 독단적이고 주관적인 불안감에 기초한 동기였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A씨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다는 사실 또한 새롭게 규명됐다. “축사를 물려달라고 부탁했더니 아버지가 욕설하고 물건을 던지는 등 모멸감을 줬다. 근처에 있던 장도리로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A씨의 진술이 거짓임을 밝혀낸 것이다.
검찰은 A씨를 목격한 외국인 노동자를 전면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A씨가 복면을 쓰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씨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과정에서 ‘당시 숙소에서 복면을 쓰고 있었던 적이 없다’고 진술했는데, 여기서도 ‘거짓’ 반응이 확인됐다. 폐쇄회로(CC)TV 하드디스크를 복원해, 범행 당시 숙소에서 불빛이 전혀 새어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했다. A씨가 잠든 B씨를 살해한 정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 과정에서 A씨는 평소 “아버지가 자신의 노력과 희생을 알아주지 않고 무시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노와 적개심, 반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오랫동안 누적되는 과정에서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대구지검 상주지청(지청장 김상현)은 지난해 12월 A씨를 존속살해 및 사체은닉죄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B씨 유족과의 면담을 진행하는 심리 치료와 장례비 지원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하경준(변호사시험 9회) 검사는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피해자 유족의 신속한 일상 복귀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