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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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없는 유럽 나토 동맹국들, 미국의 핵 억지력 대체 방안 없어” [뉴스 인사이드-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전혜원 국립외교원 교수

“나토, 철저히 미국이 중심인 조직
美 탈퇴는 나토가 없어진단 의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시절 유럽 동맹국들을 심리적으로 피곤하게 만들고 미국의 리더십에 의문을 갖게 만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작 실행으로 옮겨진 것은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 대한 전혜원(사진) 국립외교원 교수의 진단이다. 트럼프는 임기 초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카드까지 꺼내들어 유럽 동맹국들을 당황하게 했으나 정작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전 교수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미국의 나토 탈퇴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나토는 철저하게 미국이 중심인 조직입니다. 현행 나토 규정에 따르면 나토에 가입한 국가들은 가입 관련 서류를 미국 정부에 기탁하도록 돼 있습니다. 나토를 탈퇴하려는 회원국 역시 그 의사를 미국 정부에 표명해야 합니다. 미국이 나토를 탈퇴하려면 결국 나토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는 뜻이죠.”

미국이 나토에 머물더라도 유럽 주둔군 규모를 줄이면 유럽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일례로 트럼프는 재임 시절 주독미군 감축을 시도했다. 다만 실행에 옮겨지기 전 조 바이든 행정부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지며 무위에 그쳤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정작 트럼프 집권기에도 유럽 주둔군에 투입되는 국방비는 오히려 늘어났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비슷한 얘기(미군 철수)를 할 수는 있어도 실질적으로 쉽지 않다”며 “미군의 유럽 내 재배치는 가능해도 철수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토 회원국 중에는 미국 말고도 영국·프랑스 두 핵무기 보유국이 있다. 미국이 유럽을 떠나더라도 영국·프랑스의 핵 억지력으로 러시아에 맞설 수 있지 않을까. 전 교수에 따르면 나토를 위한 핵무기 사용과 관련해 미국·영국·프랑스 3국은 서로 다른 원칙을 갖고 있다. 미국은 해외에 핵무기를 배치해놓고 있으며 나토와 공동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의지가 있다. 영국은 나토와 공동으로 핵무기를 쓸 의지는 있으나 모든 핵무기가 자국 안에 배치돼 있다. 프랑스의 경우 핵무기가 자국에 배치돼 있는 것은 물론 오로지 자국의 결정만으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전 교수는 “핵무기 없는 유럽 나토 동맹국들 입장에선 미국이 빠진다면 영국·프랑스가 핵무기를 쓸지 믿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현재로선 미국의 핵 억지력을 대체할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요즘 유럽에서 “더는 안보를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유럽의 자주국방 실현은 요원하다는 얘기다.

프랑스는 1960년대 샤를 드골 대통령 시절부터 ‘유럽인에 의한 유럽 방위’를 외쳐왔다. 일각에선 이 점을 들어 ‘프랑스 역할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전 교수는 “프랑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군사지원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며 “프랑스의 군사적·경제적 능력에 한계가 있을뿐더러 유럽 이웃나라들도 프랑스를 못 믿는다”라는 말로 회의감을 나타냈다.


김태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