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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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 내고 개 끌어안은 만취 운전자…“허망하고 참담” 배달노동자들 분노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처에서 약식 추모식
50대 배달노동자, 음주운전 차량 추돌로 사망…가해자의 구호조치 없던 것으로 알려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가 음주운전 차량의 추돌사고로 배달노동자가 숨진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변에서 지난 4일 약식 추모식을 열고 있다. 라이더유니온 제공

 

배달노동자 단체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추돌한 음주운전 차량 운전자 엄벌을 촉구하면서, 사법부가 솜방망이 처벌로 음주운전을 방치·조장한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했다.

 

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에 따르면 음주운전 차량의 추돌사고로 배달노동자가 숨진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변에서 전날 약식 추모식을 열고 “너무나 허망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분노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또 한 명의 배달노동자가 음주운전자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며 “2월3일 새벽,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상태에서 배달노동자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운전자는 사고를 내고도, 구호조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에도 대법원 앞에서 음주운전 가해자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법원 판결을 찾아보면 음주운전 치사사고의 실형 확정 사례는 (전체의) 절반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 정도면 법원이 사실상 음주운전을 조장한다고 봐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배달노동자와 시민 안전을 위해 음주운전자를 제대로 처벌하라고 요구한다”며 “반성문을 100번 썼다고 봐주고, (가해자의) 직업이 괜찮다고 봐주고, 위자료를 줬다는 이유로 봐주는 법원의 태도는 또 다른 음주운전자를 양산했고 죽음을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새벽 시간, 도로 위에서 일하다가 세상을 떠난 배달노동자 고인의 명복을 빌며, 본 사건의 가해자 엄벌과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양형 강화를 요구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는 지난 3일 오전 4시40분쯤 강남구 논현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음주운전을 하던 20대 여성 A씨는 달리던 오토바이를 자신의 차로 뒤에서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 50대 B씨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고 당시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의 혈중알코올농도였던 A씨는 강아지를 안은 채 별다른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누리꾼들의 공분도 샀다. 경찰은 A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고 목격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같은 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새벽에 집 앞에서 라이더 한 분이 돌아가신 것 같다”며, ‘사고 내고도 개를 끌어안고 앉아있었다’거나 ‘경찰에게 협조도 안 하고, 경찰이 강아지를 분리하려고 하자 싫다면서 엄마랑 통화하겠다고 몇 분간 실랑이를 하다 수갑 차고 연행됐다’고 전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노동자를 치어 숨지게 한 의사에게 내려진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을 두고 “음주운전자는 도로 위가 작업장인 배달노동자에게 특히 더 큰 위협”이라며 엄벌을 촉구했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음주 운전자에게 치어 도로 위에서 사망한 배달노동자가 작년 한 해만 3명이고 상해도 매우 많다”며 “법원에서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음주운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배달노동자 안전 대책의 일환으로도 다뤄져야 한다”며 “음주 운전에 대한 대법원 양형 기준을 강화하라”고 덧붙였다.

 

음주운전 중 배달노동자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의사에게 같은 달 내려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비판한 이들의 목소리는 배달노동자가 음주운전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깊은 우려와 맞닿아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