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환경문제 머리 맞대고 K팝 이야기로 웃음꽃… “봉사 가치 깨달아” [지방기획]

DB김준기재단 대학생 베트남 봉사

코로나19로 중단됐다 최근 재개
장학생 19명, 푸토성 고교 찾아
나흘간 지역현안 토론·문화 교류

훙왕사원 탐방·전통음식 체험도
“언어장벽 불구 진심 나눴던 시간
봉사, 서로 받는 것이라는 것 배워”

지난달 28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북서쪽으로 80㎞ 떨어진 푸토성 성도 비엣찌시 부더랑고등학교가 휴일인데도 교정이 떠나갈 듯 떠들썩하다. 학생들이 한국에서 온 대학생 언니, 오빠, 형, 누나들에게 유창한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며 연신 인사를 건넨다. 한국 대학생들도 ‘신짜오(베트남어로 안녕하세요)’라며 화답했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대학생 해외봉사가 재개됐다.

DB김준기문화재단 ‘DB 드림리더’ 대학생 해외 봉사단이 지난달 31일 베트남 푸토성 훙왕사원에서 바인쯩(대나무잎에 싼 찹쌀밥)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이날 DB김준기문화재단 ‘DB 드림리더 장학생’으로 선발된 대학생 19명이 해외 자원봉사를 위해 베트남 북부 푸토성을 찾았다. 2005년 설립한 부더랑고교는 30개 반, 학생 수 1000여명, 교사 46명 규모다.

봉사단은 나흘 동안 부더랑고 학생들과 함께 환경·지역 문제 해결 프로젝트와 문화교류 활동을 진행했다. 언어, 의상, 음식, 전통놀이 같은 기초지식부터 환경보호 관련 토론 등 교류시간을 가졌다. 봉사단과 현지 고교생들의 소통의 실마리는 단연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다.

현지 학생들은 자신이 아는 K팝 가수와 배우 이름을 부르며 웃음기가 넘쳤다. 베트남 축구 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 이름도 들렸다. 팀별 교류가 열리는 교실마다 베트남 특유의 정감 넘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봉사단은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봉사단은 현지 학생들이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K팝 등을 주제로 잡지를 제작해 소통하기도 했다.

안채영씨(가톨릭대 아동학과 3학년)는 “잡지를 만들면서 베트남 친구들과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고 친해지고자 소통을 계속하려 노력했다”며 “비록 언어가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진심만 통한다면 얼마든지 마음이 통할 수 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부더랑고교 2학년 레 하이 아잉은 “한국에서 온 언니, 오빠들과 재미있고 유익한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는데, 실제 만나서 교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언젠가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DB 드림리더’ 해외봉사단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달 29일 베트남 푸토성 비엣찌시 부더랑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환경·지역문제 해결 프로젝트, 문화교류 활동 등을 벌인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각 팀은 지역 문제, 국제개발협력 등 다소 딱딱한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푸토성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활동을 설계하고 학생들이 진행 과정에 참여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도 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에서 일하고 싶다는 송인준씨(연세대 국제학과 4학년)는 “베트남 아이들도 물 부족 등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제가 몰랐던 베트남의 매력과 진짜 베트남 학생들의 모습을 알게 됐다”며 “미래에 유엔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번 봉사활동이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베트남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며 “이 학생들이 졸업하고 이 나라의 발전을 이끌고 양국의 파트너십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재로 성장할 것을 믿는다. 여기서 베트남의 미래 지도자를 미리 만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민정씨(동덕여대 커뮤니케이션콘텐츠전공 4학년)는 “아이들에게 한국 약과를 나눠 줬는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다”며 “봉사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고 좀 더 사회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해외봉사를 통해 작은 것이라도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구나. 문화교류를 하면서 서로 행복해지는 거구나. 그리고 봉사라는 것이 온전히 내가 주는 것이 아니고 서로서로 받는 것이라는 느낌도 얻었다”고 전했다.

부 반 비엣 부더랑고 교장은 “해외봉사단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대학생들과 국제문화교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학생들의 자신감을 일으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며 “학생들이 아름다운 한국 문화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베트남 국조(國祖)인 훙왕을 기리는 사원도 둘러보고 바인쯩(대나무잎에 싼 찹쌀밥) 만들기 체험도 했다. 푸토성 훙왕사원에서 매년 음력 3월 10일에 열리는 훙왕기념일 제례식은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국가주석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이 이곳을 찾아 조상들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국가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한다. 우리의 개천절과 비슷하다.

송경주 DB김준기문화재단 차장은 “장학생 봉사단과 함께 그동안 꾸준히 베트남, 라오스 등에서 해외봉사활동을 하면서 현지 학생들과 문화교류를 하다 코로나19로 활동을 중단했다가 이번에 재개했다”며 “부더랑고교 학생과 함께 환경과 지역 문제를 고민하며 해결점을 찾아보고, 또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를 교류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DB김준기문화재단은 ‘좋은 기업’을 경영의 신조로 삼고 있는 DB그룹의 사회공헌기관으로서 1988년 설립 이후 장학사업, 학술연구지원·교육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DB 드림리더 장학생의 경우 국내 대학(4년제) 3학년 재학생으로서 성적 평점평균 B0 이상,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지원구간 8구간 이하이면 지원 가능하다. 등록금 전액 또는 학업장려금 학기당 300만원 중 선택할 수 있다. 장학금은 장학생 선발 시부터 졸업 시까지 최대 3년 내 4회 지급한다. 우수 활동자는 해외 봉사활동 참가 기회가 주어진다.


비엣찌=글·사진 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