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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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부터 지역 농산물까지 한자리… 300년 전통을 만나다 [박윤정의 곤니찌와 고마쓰]

오미초시장

170개 이상의 가게 운영… 한나절이 부족
겨울철 게·방어·새우 가게 앞은 늘 북적대
시장 한쪽선 대게를 삶거나 구워 팔기도
낯선 식자재·간식거리 사 먹는 재미 쏠쏠
시장 인기 메뉴 가이센돈 진한 풍미 일품

오미초 시장은 가나자와에서 가장 유명한 수산물 시장이다. 에도 시대에 설립되었다고 하니 300년 전통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 지역 사람들 식문화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을까? 호기심 가득 담은 눈으로 가게 진열대를 살펴본다. 근해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부터 지역 농산물까지 다양하다. 170개 이상의 가게가 있다고 하니 둘러보려면 한 나절이 부족할 듯싶다. 특히 겨울철 판매되는 게, 방어, 새우는 현지인뿐만이 아니라 관광객들에게까지 인기가 있어 늘 가게 앞이 붐빈다고 한다. 새로 단장한 건물, 이치바관은 레스토랑과 식당들이 들어서 있어서인지 젊은이들이 많아 보인다. 장을 보러오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젊은 친구들 데이트 장소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평소에도 많은 사람이 모여들지만, 설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더욱 활기가 넘치고 혼잡스럽다.

오미초 시장. 가나자와에서 가장 유명한 수산물 시장이다. 근해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부터 지역 농산물까지 다양하다. 170개 이상의 가게가 있다.

생선 가게들의 얼음과 물 때문인지, 비가 내려서인지 시장 바닥은 젖어 있다. 한 해 마지막 날에는 가정집은 물론이고 가게들까지 깨끗하게 청소한다고 하는데, 시장은 아직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이른 듯하다. 새해를 맞아 특별한 음식(오세치)을 준비하는 사람들 손길은 우리네 설상 보듯 바쁘다. 이 재료들로 가족의 풍요와 번영, 그리고 한 해 기원을 담은 음식을 준비하겠지! 지갑 사정과 가족을 위한 마음을 담아 신중하게 고르고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다.

가나자와 근해에서 잡히는 해산물과 어패류는 이 시장을 대표할 만큼 유명하다고 한다. 그중 붉게 물들인 커다란 문어들과 대게들이 유독 눈에 띈다. 자줏빛 옷을 입은 문어를 썰어 장바구니에 넣는 사람들과 선물용처럼 보이는 대게 아이스박스를 살펴보는 사람들 표정에 설을 맞이하는 설렘이 비친다. 가게 옆 모퉁이에서는 대게를 삶거나 구워서 팔기도 한다. 시장 한쪽에 앉아 게를 발라보는 모습 또한 재미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된장국(미소시루)은 암컷 대게를 넣고 끓여서인지 알들이 노랗게 비친다. 시장 곳곳의 생선 비린내는 사라지고 달콤하고 구수한 냄새가 퍼진다. 추운 겨울날, 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한 그릇의 된장국이 따스함으로 전해진다.

오미초 시장. 지역 특성을 담은 생산품들과 디저트 등 다양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양력 1월 1일은 일본의 설날이다. 메이지유신 이후 음력을 폐지하고 양력만을 사용하는 일본은 새해 첫날을 ‘쇼가쓰(正月)’라고 한다. 최대 명절, 그리고 1월 1일부터 1월 3일까지 법정 공휴일을 앞두고 한해 마지막 날을 맞이한 시장은 더할 나위 없이 분주하다.

시장 식당. 겨울철 판매되는 게, 방어, 새우는 현지인뿐만이 아니라 관광객들에게까지 인기가 있다. 신선한 해산물이 올려진 가이센돈이 유명하다. 새로 단장한 건물 이치바관은 레스토랑과 식당들이 들어서 있어서 있어 젊은이들도 많이 모여든다.

설음식(오세치·お節)을 준비하는 사람들! 조니라 불리는 떡국, 된장국, 새해 특별 도시락 재료를 준비하는 걸까? 무거운 장바구니 내용물들이 궁금하다. 시장 사람들 틈에서 낯선 식자재들을 둘러보고 좌판대에서 간식거리를 사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복잡하게 얽힌 시장골목을 이리저리 헤매며 생와사비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 식당 골목으로 들어섰다. 먹음직스러운 회와 스시 사진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오미초 시장 인기 메뉴인 해물덮밥으로 신선한 해산물을 즐겨볼 생각이다. 사진들을 붙여놓은 가게들을 스쳐가며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살핀다. 먹음직스러운 사진에 이끌려 식당 안으로 들어선다. 가이센돈을 주문하고 사케를 추천받는다. 이 시기에 먹는 해산물은 생으로 먹는 것이 제일 맛있고 달콤하단다. 생선과 함께 밥을 한 입 먹어보니 비릿함 없이 부드럽고 달큼하다. 건네준 사케와도 환상적인 궁합이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 나오니 음료를 파는 상점이다. 커피 한 잔을 사려고 줄을 섰다가 지역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데이스팅 메뉴로 주문한다. 낯선 향과 맛들이 오감을 자극한다. 맥주 한 모금으로 가나자와를 생각하며 시장 투어를 마치려 한다. 출구를 찾기 위해 시장 끝에 다다르니 또 다른 긴 줄이다. 도대체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다. 어떤 음식을 팔고 있는지 궁금해 기웃거린다. 젊은 사람들이 서 있는 긴 줄 끝에는 계산대가 있고 사람들은 손에 화과자를 들고 있다. 궁금증에 화과자와 쌀, 팥, 설탕 등을 원료로 한 디저트류를 구입한다. 이제야 주차장 도착이다.

양력 1월 1일은 일본의 설날, 쇼가쓰(正月)라고 한다. 료칸 곳곳에 전통적인 의식과 행사를 준비하느라 사람들이 모여 있다. 현관과 층마다 소나무 장식도 세워져 있다. 새해를 기원하는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늦은 오후 도착한 료칸은 아침과 달리 설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섣달그믐, 축제를 기념하기 위하여 특별한 행사가 있다고 한다. 식사 후에 꼭 행사장으로 오라는 직원 안내를 받고 로비로 들어선다. 료칸 곳곳에 전통적인 의식과 행사를 준비하느라 사람들이 모여 있다. 현관과 층마다 소나무 장식도 세워져 있다. 식당 출입문 앞에도 유독 길고 두꺼운 세 토막 대나무가 있다. 그 주위로 소나무로 엮여 있어 직원에게 물어본다. ‘가도마쓰(門松)’라고 하는 소나무 장식이란다. 예로부터 일본에서는 소나무에 조상신이 찾아든다는 속설이 있어 이런 장식을 한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새해! 조상도 함께하기를 바라나 보다.

섣달그믐날, 보신각 제야의 종소리도 듣지 못하고 한 해를 마무리한다. 가케소바라는 메밀국수로 장수를 기원하며 시장에서 봤던 방어와 단 새우로 식사를 즐긴다. 겨울철 방어와 단 새우, 그리고 여러 음식이 작고도 예쁜 그릇에 담겨 있다. 그릇 때문인지 음식이 더 맛깔스럽게 보인다. 가나자와의 전통 도자기와 칠기 그릇에 담긴 음식을 즐기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 저 멀리 행사가 시작되었는지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박윤정 민트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