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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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튼 “김정은, 자신에 이익되면 충분히 군사력 사용”

존 볼튼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일각에서 북한의 ‘전쟁 결심론’이 나오는 것과 관련 “김정은은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충분히 군사력을 사용할 만한 사람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해군 함대를 시찰하고 전략무기 발사훈련을 참관하는 모습.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볼튼 전 보좌관은 5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김정은을 여러번 만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지난 1년여 동안 북한은 러시아와 밀착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사용할 탄약과 무기를 공급하면서 입지를 강화했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줄타기를 할 수 있을 만큼 입지가 강화됐다”며 “1950년 6월 남침하기 전 김일성의 행태와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 상황으로 인해 김정은은 자신이 더 강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따라서 그는 더 위험하다”며 “미국이 한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김정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 압박이나 괴롭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알리기 위해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볼튼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을 이끌었으나 대북 정책을 놓고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불화를 빚은 바 있다.

 

최근 북핵 전문가인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연구원과 시그프리드 헤커 교수는 ‘38노스’에 공동으로 기고한 글에서 “김정은이 1950년 할아버지(김일성)가 그랬듯이 전쟁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국장 등 다수 북핵 전문가들은 “북한군 태세 자체에 특이사항은 없다”며 “전쟁이 임박했다는 징후도 없다”고 두 사람의 견해를 반박한 바 있다. 볼튼 보좌관의 언급은 북핵 문제에서 한·미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언급이지만 김 위원장이 결심하면 군사력을 쓸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존 볼튼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볼튼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는 미국의 국가 안보, 특히 전 세계의 우방과 동맹국들에게 매우 위험할 것”이라며 “첫 임기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과 서로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것은 미국 입장에서 강력한 협상 우위를 나타내는 신호는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의 다양한 만남이 주는 홍보 효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는 그런 종류의 주목을 좋아한다”고 부연했다. 2019년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정적인 순간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제재 5개항 맞교환 요구에 응하지 않은 점과 관련해서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을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는 선택을 다시 해야 한다면 그 순간 자신에게 무엇이 이익이 될 지를 따져서 결정할 것”이라며 “미국의 국가 안보나 동맹국의 국가 안보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자신의 이익이 앞선다)”고 말했다. 

 

볼튼 전 보좌관은 최근 미국 일각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현실적이지 않으니 북한과 군축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북한을 막을 수 있는 30년 정도의 기회를 놓쳤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북한이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실제로 운반 가능한 핵 능력을 갖지 못하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