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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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에게 성폭행 당한 튀니지 남성, 韓 난민 심사 소송 승소

셔터스톡 캡처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동성애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남성 피해자가 대한민국 난민심사 신청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2단독(최영각 판사)은 튀니지인 A씨(33)가 인천공항 출입국 및 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소송에서 “술에 취해 동성애자인 남성 직장 상사로부터 원치 않는 성관계를 했다”며 “해당 영상이 촬영돼 상사의 가족들에게 전해졌다”고 호소했다.

 

이어 “상사의 아들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고 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끝났다”며 “만약 튀니지로 돌아가면 (재차)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지난해 6월 튀니지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 인정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입국심사 과정에서 허가된 관광 목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난민 인정심사를 받을 명백한 이유가 없다’며 그에게 튀니지로 돌아갈 것과 심사 거부 사유를 통보했다.

 

난민법 시행령 5조에 따르면 박해받을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에서 온 경우 또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외국인에 대해 대한민국은 난민심사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그러자 A씨는 지난해 10월 한국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난민으로 인정돼야 함에도 난민심사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지난해 7월 A씨의 난민 인정심사를 열지 않기로 한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장의 해당 결정에 대해 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의 난민심사 신청이 명백하게 이유 없는 경우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의 심사 불회부 결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현행법과 A씨의 진술과 관련해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은 개인의 위협에 해당해 난민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적은 게 사실”이라면서 “난민 면접을 받을 당시 진술한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주장한 A씨의 성적 지향이 사실과 다르게 공개되고 그로 인해 자국에서 박해받는다면 난민으로 인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이는 난민 인정 심사과정에서 상세히 판단돼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부 사실과 다른 진술도 불안정한 심리상태나 통역의 한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A씨가 난민 인정제도를 남용했다고 볼 뚜렷한 정황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1심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 A씨는 1심에 이어 최종심에서도 승소할 시 난민 인정심사를 받을 수 있다.


현지용 온라인 뉴스 기자 hj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