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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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 ‘갤러리 해방구’ 피닉스오픈 3연패 대기록 정조준

프로골프 대회장에 가면 선수들이 샷을 할 때 진행요원들이 갤러리를 향해 ‘조용히’라고 적힌 팻말을 드는 모습을 흔히 볼수 있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골프 경기에서 주변의 작은 소리 하나에도 샷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투어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 최종라운드 16번홀(파4)에서 벌어진 김비오의 ‘손가락 욕’ 사태가 대표적이다. 그가 스윙을 하려는 순간 갤러리쪽에서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이 올렸고 볼은 고작 100m도 날아가지 못하고 러프에 빠지고 말았다. 분을 이기지 못한 김비오는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을 했고 자격정지 3년의 중징계를 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지난 12일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WM 피닉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미국의 스코티 셰플러가 우승한 후 트로피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처럼 보통 프로골프 대회장에선 갤러리들이 ‘침묵’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고성과 야유는 물론, 음주도 할 수 있는 대회가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파71·7261야드)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WM 피닉스오픈(총상금 880만달러)이다. ‘갤러리들의 해방구’로 불릴 정도로 침묵은 찾아 볼 수 없기에 피닉스 오픈은 갤러리와 싸움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대회 장소인 TPC 스코츠데일 골프장 16번 홀(파3)이 관건이다. 그린 주변에는 무려 2만여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스탠드가 세워져 있어 선수들은 마치 로마시대 검투 경기장인 ‘콜로세움’에 서 있는 듯한 심한 압박감을 느낀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골프 경기의 특성상 선수들이 대처하기 쉽지 않아 강심장만이 이 홀을 무난하게 넘길 수 있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9·미국)가 이런 피닉스오픈 3연패에 도전한다. 그는 2022년과 2023년 이 대회를 잇달아 제패했고 2021년에도 공동 7위에 오르는 등 피닉스오픈에만 출전하면 펄펄 난다. 셰플러는 지난해 3월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통산 6번째 트로피를 수집한 뒤 오랫동안 우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강한 면모를 보인 피닉스오픈에서 사상 첫 3연패와 부진 탈출을 노린다. PGA 투어에서 단일 대회 3연패는 2009∼2011년 존디어 클래식의 스티브 스트리커(미국)가 작성한 뒤 10년 넘게 나오지 않는 대기록이다. 셰플러 이번 시즌 흐름이 좋다. 첫 출전 대회인 더센트리 공동 5위를 시작으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공동 17위, 지난주 AT&T 페블비치 프로암 공동 6위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대기록을 수립할 좋은 기회다. PGA 투어도 셰플러를 우승 후보인 파워 랭킹 2위에 올렸다.

 

한국 선수는 임성재(27), 안병훈(34), 김주형(22), 김시우(29) 등이 출전한다. 임성재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공동 6위에 올랐고, 안병훈은 2017년 대회 때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단독 6위로 밀려 PGA 투어 첫 승 기회를 놓쳤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