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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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우주항공청의 개청과 나사

나사, 달탐사 무모한 도전 성공
첨단 과학기술 선점 효과 거둬
韓도 우주개발 산업 전력 투구
국가 미래기간 산업 성장 기대

1957년 10월 4일, 러시아(소련)는 무게 84㎏의 공모양에 4개의 안테나가 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궤도에 올려놓았다. 러시아가 첫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것이다. 97분마다 지구궤도를 회전하면서 온도를 측정하고 전파를 발사하는 초보적인 성능이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11월 3일, 개를 태운 무게 500㎏짜리 인공위성을 발사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를 경악시켰다. 아직 미국은 위성 발사도 못 했는데 벌써 개를 태운 우주선을 발사한 것이다. 미국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세계 최고 과학기술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이다. 국회와 언론에서도 난리가 났다. 러시아 인공위성이 지구를 돌다가 미국 상공에서 원자폭탄이라도 떨어뜨리면 어떡하느냐? 그동안 미국의 과학자들은 무얼 하고 있었느냐? 등 평소에는 우주개발에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우주과학자들을 원망하고 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미국도 위성 발사를 추진하고 있었지만 경쟁자가 없다고 생각했던지 서두르지 않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은 3번의 나머지 시험발사를 생략하고 1957년 12월 6일 서둘러 위성 발사를 하지만 실패한다. 다급해진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서 포로로 데려온 폰 브라운 박사 팀에게 위성 발사를 맡겼다. 브라운 박사팀은 미국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듯 4개월 후인 1958년 1월 31일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해 겨우 미국의 체면을 살렸다. 당시 미국의 연구개발체계로는 도저히 러시아를 따라잡을 수 없겠다고 생각한 미국은 전국에 흩어져 있던 우주개발 관련 군과 민간 연구소를 모아 1958년 10월 1일 미국항공우주국, 즉 나사(NASA)를 설립했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기술 격차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채연석 전 항공우주연구원장

1961년 1월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나사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5월 25일 국회에서 “나는 미국이 1960대가 끝나기 전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켰다가 다시 지구로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어떤 값비싼 대가라도 치를 것이며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것입니다”라고 연설했다. 케네디 대통령이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고 선언했을 때 미국은 겨우 16분간 유인 우주비행을 했을 뿐이었다. 케네디의 선언대로 미국이 9년 안에 달에 사람을 보냈다가 안전하게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나사의 과학자들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기적같이 아폴로 계획으로 이 목표를 이루었다. 미국 정부와 과학자들은 불가능에 가까운 대통령의 인류 달 탐사 약속을 지키면서 컴퓨터, 반도체, 무선통신 등 첨단 과학기술을 일찍 확보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웠고 현재까지 우위를 지키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힘이고 나사의 능력이다.

 

북한이 1998년 8월 31일 대포동으로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했다. 이때 우리 정부도 7년 뒤인 2005년까지 우리 땅에서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03년 착공한 나로우주센터는 2009년에나 완성됐고, 나로호는 2013년 1월 30일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정부에서 위성의 국내 발사를 발표한 지 15년 만에 이룬 성과다. 그리고 24년이 지난 2022년, 누리 우주발사체로 국산 위성의 자력 발사에 성공했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수십년간 우주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우주개발 분야를 우주산업으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우주항공청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으로 많은 어려움 끝에 5월쯤에는 우주항공청이 개청한다니 항공우주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고 축하하고 응원을 보낸다. 우주항공청 준비단에서 필요한 인력을 급히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우주 선진국들은 전문인력을 철저히 관리해서 외국에서 모셔 오기도 어렵다. 그러나 국내의 연구소나 기업에서 수십년간 경험을 쌓은 우주항공 인재를 우선 파견받아 활용하면서 차근차근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면 될 것이다. 용의 해에 개청하는 우주항공청이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용처럼 웅비하여 청소년들에게 과학기술자의 꿈을 갖게 하고 국내 우주항공산업을 활성화해 국가 미래 기간산업으로 성장시키기를 기대한다.


채연석 전 항공우주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