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입법을 예고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과 관련해 다른 대안도 열어두고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소수의 거대 플랫폼 업체를 사전지정해 규제하는 데 반발 여론이 큰 만큼 국내외 업계 및 학계와 충분히 소통해 다른 규제 방안도 검토해 보겠다는 취지다. “법 제정이 늦어지면 역사의 죄인”이라며 강경 추진 의사를 밝혔던 공정위가 한발 물러선 셈인데, 플랫폼법 추진 동력마저 약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플랫폼 법안에 대해 부처 협의도 하고 이해관계자 의견도 수렴했는데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정부)안을 (당장) 공개하기보다는 좀 더 학계나 전문가 의견을 반영, (사전)지정제도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열어놓게 낫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 대안을 가지고 (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사전지정제도를 폐기하는 건 아니고 대안이 있는지 추가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부처 협의는 충분히 진행됐고 플랫폼법 관련해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지금 가장 어려운 게 시장지배력을 가진 사업자 지정과 경쟁 사업자를 판단하는 건데 현행 제도보다 더 나은 대안을 생각해 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올해 입법을 예고한 플랫폼법은 시장을 좌우할 정도의 소수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지정한 뒤 자사 우대 등 이들의 각종 반칙행위를 집중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를 중심으로 ‘플랫폼 산업 생태계 위축’ ‘국내 기업 역차별’ 등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해서 제기됐다. 미국 상공회의소도 충분한 협의 없이 플랫폼법이 추진되고 있다며 우려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소상공인·소비자 부담 완화 등 플랫폼법의 긍정 효과를 강조하며 입법 속도전에 나섰던 공정위가 ‘신중 모드’로 돌아서면서 플랫폼법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조 부위원장이 ‘대안’을 거론한 만큼 원안보다 규제 강도가 낮아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공정위는 다만 소통의 진정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일 뿐 사전지정제도 폐기 등 플랫폼법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육성권 사무처장은 “사전지정제도도 열어놓고 이것보다 더 업계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효과적으로 플랫폼을 규율할 방안이 있는지 추가로 검토하겠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