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이하 NYCB)의 주가가 연일 두 자릿수대 급락세를 이어갔다. 오랫동안 미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혀왔던 상업용 부동산 부실과 관련된 것으로 보여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긴장시키는 중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보도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NYCB 주가는 전날보다 22.3% 급락한 4.1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30일에만 해도 10.38달러에 이르렀던 이 은행의 주가는 31일 37.6% 폭락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네 번이나 10% 이상 폭락하며 불과 열흘 만에 주가가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내려갔다.
NYCB의 주가 폭락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실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돼 우려를 더 키운다. 이날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상업용 부동산 이슈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일부 금융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발언했는데 NYCB가 해당 금융기관으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NYCB가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에서 작년 4분기 예상치 못한 순손실을 기록한 뒤 신용평가사 피치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추면서 발표한 내용이 결정타가 되는 분위기다. 당시 피치는 “2건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관련한 손실과 대손충당금 증가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를 담은 작년 4분기 실적 보고서 내용을 반영했다”고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신용등급 강등 이유임을 명시했다. 이어 또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6일 재무 및 위험 관리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NYCB의 신용 등급을 기존 Baa3에서 정크등급(투자 부적격)인 Ba2로 강등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호황에도 꾸준히 제기되던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또 한 번의 지방은행발 금융 위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 상업용 부동산 관련 은행대출 가운데 2025년 말까지 만기인 자금 규모는 약 5600억달러(약 744조8000억원)에 이르는데 재택근무 등 업무방식의 변화와 고금리 기조 유지 등의 영향으로 어두운 시장 상황이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에 대한 우려는 국내 금융투자업계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관련 자산에 투자한 국내 증권사나 자산 운용사 다수가 손실을 각오해야 하는 처지다. 투자 형태가 현지 은행 다음인 후순위가 대부분인 탓이다.
대다수 증권사는 충당금을 미리 쌓아두며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비해왔는데, 그 여파는 재무제표에 그대로 드러났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해 1∼3분기에 영업이익 6115억원을 기록했는데, 6일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통틀어 5110억원에 그쳤다. 4분기에 1000억원 넘는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충당금을 쌓은 것 외에 해외 목적 투자 자산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를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도 예상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 부동산 공모 펀드 판매 현황에 따르면 2018년 후 이 펀드에 투자한 일반 개인 투자자는 2만7187명, 규모는 1조478억원이다. 이 가운데 올해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8747억원, 투자자 수는 2만3084명에 각각 달한다. 금융감독 당국이 해외 부동산 손실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금감원은 올해 업무계획 발표 당시 해외 부동산 부실화 위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현지 사업장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밀착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