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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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명품백’ 아쉬움 표시하고 향후 단호한 처신 강조한 尹

KBS 대담서 정국 현안 입장 밝혀
“선거를 앞두고 터뜨린 정치공작”
명품백 수수에 대한 사과는 없어
특별 대담하는 윤석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KBS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2024.2.7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zjin@yna.co.kr/2024-02-07 19:00:20/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어젯밤 KBS와의 단독대담을 통해 집권 3년 차 국정운용 방향과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담에서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한 의료개혁, 저출산 대책, 중대재해처벌법,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 가능성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대 관심사인 김 여사의 명품백 논란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전후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리고는 명품백 수수 과정은 ‘정치공작’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최재영 목사가 ‘몰카’까지 들고 와서 1년이 지나 선거를 앞둔 시점에 터트린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두 번이나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 “단호할 때는 단호하게, 선을 그을 때는 선을 그어가며 처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보완책으로 제2부속실 설치 검토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김 여사가 당시 명품 가방을 받은 사실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간접적인 유감 표명을 하고 단호한 처신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명품백 수수에 대해 진솔한 사과 없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 여사가 국정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영부인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해 온 점에 대해서도 해명이 없었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게 ‘선거 지휘· 공천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수직적 당정관계 극복이 국정쇄신의 최대 과제로 꼽혔던 만큼 바람직한 언급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 지지율이 70% 정도로 높은 자체 핵무장에 대해서는 “현실적이지 못 한 얘기”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핵무장이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를 부를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신년 대담은 특정 방송과 사흘 전에 녹화한 형식이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다양한 매체의 기자들이 자유롭게 질문하는 기자회견과 달리 대통령의 의중을 허심탄회하게 듣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 안팎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핵심 국정 동력이다. 더구나 정권의 명운이 달린 4·10 총선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해서는 지지율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기 어렵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답을 찾아야 돌파구가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