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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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위원장과 최근 통화 안해… 총선 지휘·공천 관여 않겠다 말해” [尹대통령 신년 특별대담]

국내정치

명품백 관련 “용산관저 들어가기 전 일
여러 상황 탓 물리치기 어려웠던 듯
사람 대할 때 더 단호하게 할 것” 강조

한동훈 위원장과 갈등 관련 질문에
“대통령이나 당대표 국민 위해 일해
사사로운 걸 앞세워 판단하지 않아”

"이재명 사법리스크, 다른 차원 문제"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을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고 “박절하게 누구를 대해서는 안 되겠지만 (앞으로는) 선을 그어가면서 처신을 해야겠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최재영 목사가 ‘함정 취재’를 목적으로 김 여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명품 가방을 전달하고 이를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사건의 ‘불법성’을 강조한 것이다.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사실과 관련해선 ‘유감’이나 사과 표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해당 논란을 명품백 수수 의혹이 아니라 ‘파우치 문제’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KBS 1TV에서 방영한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이런 내용을 대담 형식으로 밝혔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바이든이 선물한 명패 소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를 진행한 뒤 박장범 앵커에게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명패를 보여주고 있다. 이 명패는 지난해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물한 것인데, 과거 해리 트루먼(1884∼1972) 전 미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웨스트윙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 집무 책상에 올려놓았던 것이다. 대통령실 제공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은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지난해 11월 최 목사가 2022년 9월 김 여사를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며 불거졌다. 최 목사는 김 여사 선친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접촉한 뒤 김 여사를 만났다. 그 과정에서 명품 브랜드 디올 가방을 준비해 여사에게 건넸고 이를 몰래 카메라가 달린 손목 시계로 촬영했다.

윤 대통령은 ‘함정 취재’ 기법이 동원된 해당 사건의 불법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관저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라며 “저희가 서울 서초동에 살다가 용산 관저에 들어갔고, (당시에 사저 입구에)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기 때문에 검색기를 설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최 목사가) 아버지와 동향이고 친분을 이야기하면서 왔다. 저한테 미리 상황을 이야기 했다면 제가 26년 간 사정 업무에 종사했던 DNA가 남아 있어 단호하게 대했을 텐데 제 아내 입장에서는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며 “하여튼 아쉬운 점은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피해자라는 데 초점을 맞추며 재발방지 대책으로 제2부속실 설치와 김 여사의 단호한 대응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이 있었더라도 제 아내가 내치지 못하면 만날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냐”며 “저나 제 아내가 앞으로 국민들께서 걱정 안 하시도록 사람을 대할 때 좀 더 명확하게 단호하게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KBS 신년 대담에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사진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 이슈를 갖고 부부싸움 하셨나’라는 질문에 웃으며 “전혀 안했다”고 답변했다.

김 여사 사건을 놓고 정면충돌 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사사로운 걸 앞세워서 판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당의 대표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결국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해야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런 사사로운 이런 게 중요하지 않고, 또 그런 거를 앞세워서 어떤 판단을 하고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게 “선거 지휘나 공천이라든지 이런 데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비대위원장 취임할 무렵에 통화를 좀 했다. 최근 통화한 적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가까운 사이였지만, 제가 ‘총선 끝나고 보자'고 했다”며 “본인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9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오찬을 하기 전 창밖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회담할 가능성에 대해선 “정치는 정치고 사법리스크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취임 후 별도 회동을 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 대표의) 재판이 진행 중인 것들은 있습니다만 정치는 정치고 그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대장동 의혹 재판 등 이 대표의 사법 문제 처리가 우선이라는 의중을 내비쳤다. 이어 “여야 지도부와 충분히 만날 용의가 있는데 대통령으로서 야당 대표와 지도부를 직접 상대하는 건 여당 지도부를 소홀히 하는 처사이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라며 “여당 지도부와 먼저 대화를 나누고, 행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결심이 필요한 단계가 됐을 때 (야당과)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참사특별법과 쌍특검법(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별검사 도입법) 등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에 연이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선 “아쉬운 점도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의결된 법이 행정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도, 입법 과정에서 여야에 좀 충분한 이런 숙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들이 많이 아쉽다”고 했다.

최근 9개월 만에 20%대로 떨어진 국정 지지도에 대해서는 “선거 때 지지율하고 또 대통령이 되고 나서의 지지율은 조금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으로 제게 어떤 기대를 하고 뽑아주신 분들, 또 저를 안 뽑아주셨던 분들에 대해서도 체감할 수 있는 어떤 정책 성과가 만들어져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KBS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여야 정치인을 향한 테러가 잇따르는 정치권 상황을 두고는 “긍정의 정치보다는 이런 증오의 정치, 공격의 정치가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렇게 돼 오지 않았는가”라며 “선거를 앞두고 과연 우리가 좀 이성을 찾고 또 ‘이 반지성주의에서 벗어납시다’라는 얘기가 얼마나 먹힐지 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