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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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차라리 집단사표 내겠다”…정부 “1만5000명 폰 번호 확보, 면허박탈될 수도”

전공의들, ‘의대증원’ 반발…사직서 제출 움직임
복지부, 업무개시명령 예고 등 ‘강경 대응’ 방침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가 하루 지난 7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발표에 반발, 총파업에서 나아가 집단 사직서 제출 움직임까지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는 총파업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전공의 연락처를 확보하는 등 ‘강경 대응’ 원칙을 분명히 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각 병원을 대표하는 전공의들이 모인 한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낸 사직서를 받아 일괄적으로 모으자”는 얘기가 나왔다. 한 대학병원의 경우 20여명에 달하는 인턴 전원이 사직서를 이미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는 의대를 졸업한 후 의사면허를 따고 대형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는 인턴·레지던트로,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가입돼 있는 전공의는 전국 140개 병원, 총 1만5000여명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가 총파업 등 집단행동에 들어간 전공의에게 복귀 명령을 내려 거부할 경우 의료법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데 따른 반발로 보인다.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의학 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경기도의사회가 수요 반차 휴진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7일 경기 수원시의 한 의원에 오후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수원=뉴스1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움직임은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총파업 때와 다른 양상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 공공의대 설립에 반발해 무기한 총파업을 벌였던 4년 전에는 단체로 연차를 쓰고 병원을 나와 파업에 나섰다면 이번에는 병원을 그만두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집단행동이 현실화되더라도 2020년 의대 증원 계획을 뒤엎은 의료계 총파업 파괴력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당시 개원의 파업 참여율은 한 자릿수였지만 전공의 파업 참여율은 80%에 육박했으며 코로나19가 한창일 때여서 정부가 서둘러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 지지가 높고, 지난해 11월 개정 의료법 시행으로 정부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다면 ‘면허’를 박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까지 확보됐다. 앞서 복지부는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을 밝혔다. 파업한 의료인이 정부의 복귀 명령을 거부하면 의료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자격 정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서울 중구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회의실에서 전공의 집단행동 대응을 위한 수련병원(기관) 병원장과 비대면 간담회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는 수련병원별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담당자까지 배정했고, 파업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전공의 1만5000여명 개인 연락처를 확보하는 등 대비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수련병원들에도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로, 문제가 될 경우 실제 의사 면허 박탈 사례가 나올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협은 오는 12일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대전협이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여 명을 상대로 지난해 12월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2%가 “정부가 의대정원을 늘리면 파업 등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