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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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백’ KBS 앵커에 “몸 사렸다”는 민주…고민정 “참 비루하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BBS 라디오서 “후배들이 부끄러워할 대담”
MBC 라디오서 윤건영 의원 “불난 집에 기름 끼얹은 대담”…박주민은 SNS에 “대통령 홍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KBS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KBS 신년대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오히려 더 키웠다고 평가했다. 설 밥상에서 김 여사 얘기를 내리려다 확산만 시켰다는 주장인데 대통령실에 비상이 걸렸을 거로 민주당은 보고 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8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대통령실은 설 전에 (논란) 정리를 하고 대통령이 입으로 뭔가를 표명하면 ‘김건희 여사 공격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설 밥상에 돌 거라 생각하고 준비한 것 같다”며 이처럼 지적했다. 전날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던 윤 대통령의 표현을 인용한 제목 기사가 대다수라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이 사과도 하지 않고 오히려 비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르신, 특히 어머니들께서 ‘너무한 거 아니냐’ 말씀을 더 많이 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고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에 비상이 걸렸을 거라고도 추측했다.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 대담을 진행한 박장범 앵커의 질문이 ‘몸 사리기’에 가까웠다고 깎아내렸다. 2019년 5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당시 KBS 송현정 기자와 문재인 대통령의 대담을 떠올리면서다. 대통령이 난처해하는 질문을 던졌던 송 기자에게 쏟아진 거센 비판을 가져와 이번 대담에는 ‘기자 정신’이 없었다면서, 고 최고위원은 수많은 언론 후배들이 KBS를 부끄러워할 거라고 날을 세웠다. 박 앵커가 몸 사렸다는 식의 고 최고위원 평가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한 센 강도의 질문도 없어 사실상 민감한 내용을 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던 라디오 진행자 말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KBS를 향한 고 최고위원의 비판은 명품백을 ‘외국회사의 조그마한 백’이라고 언급한 박 앵커의 질문을 논하는 대목에서 가장 셌다.

 

앞서 지난 7일 대담에서 박 앵커는 “최근에 많은 논란이 되는 이른바 파우치, 외국회사 그 조그마한 백을 어떤 방문자가 김건희 여사를 만나 놓고 가는 영상이 공개됐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냐”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면서,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고, 아쉽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를 ‘정치 공작’으로 규정한 윤 대통령은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최고위원은 이를 두고 “참 비루하다”고 어이없어했다. 대통령 앞에서 단어 하나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앵커 모습에 KBS 조직원들이 자괴감을 느꼈을 거라며 “수신료를 내고 계신 국민들도 이게 공영방송이 맞나 생각했을 것 같아서 참 씁쓸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와 함께 ‘매정하게 끊지 못했다’던 윤 대통령 표현에도 “매정하게 끊지 못해서 뇌물인 것”이라며 “그걸로 죄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고 최고위원은 부각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오히려 국민의 분노를 조장하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그런 대담인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는 여당과 대통령실이 국민을 우습게 본다는 주장도 폈다. 윤 의원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이 사과 정도는 할 것 같았다”며 “사과의 시옷자도 꺼내지 않고, ‘매정하게 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데 죄를 짓고 아쉽다고 하면 모든 게 끝나느냐”고 반응했다.

 

대담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 대담이 아니라 대통령 홍보영상’이라는 글을 적었던 박주민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국민 기대와 달리 어떠한 유감표명도 없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본인 측근, 배우자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기가 어려웠고 그 태도가 유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