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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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사교육 확산…"대학 가서 입당하고, 또 대학 가야 간부도 하고”

양극화 심한 북한 사교육 시장, 당간부·상류층 중심 명문대 입학에 총력
응답자 10.1% “사교육 경험 있다”, 37.1% “가정교사 알고 있다”
52.8% “사교육 경험한 적도 목격한 적도 없다”

“피아노도 배워주고, 영어 과외, 컴퓨터 과외 다 시키고 있고, 돈 많은 집 자식들이 저렇게 사교육에 돈을 투자하는데 안 될 수가 있겠냐, 리과대학 보낸다고 하고, 북한에서 제일 1위인 리과대학 보낸다고 하고.”(2019년 탈북자) 

 

북한에서도 명문대 입학을 위한 사교육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사교육 양극화는 심각하다. 당 고위 간부와 상류층 가정을 중심으로는 유치원 때부터 예·체능을 비롯한 사교육을 받는 반면, 사교육을 경험하지도 못하고 주변에서 목격한 경험도 없다는 서민과 일반 주민도 상당하다.     

 

사진=조선신보·연합뉴스

9일 통일부가 공개한 ‘북한 경제·사회실태 인식보고서’의 사교육 관련 탈북자들의 심층 인터뷰에 따르면 개인과외를 비롯한 사교육을 ‘비사회주의’로 규정하여 적발 시 엄중처벌하고 있는 북한도 암암리에 영어·수학·예체능 과목 위주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통일부는 2013년부터 2022년 ‘북한경제·사회 심층정보 수집사업’을 실행해 오면서 18세 이상 탈북민 6351명과 일대일 설문조사를 했다. 통일부는 지난 6일 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1%가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37.1%가 “가정교사에 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사교육을 경험한 적도 목격한 적도 없다”는 답변도 52.8%에 달했다. 응답자 절반 정도가 가정교사를 알고, 사교육 경험이 있는 반면, 나머지 절반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 사실에서 북한 사회의 사교육 양극화 현실을 방증하고 있다. 

 

북한 사교육 시장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탈북자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실었다. 기사에 게재한 인터뷰는 통일부 보고서 가운데 북한 교육과 보육 실태 부분에서 사교육 관련 심층 인터뷰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다 대학에 잘가기 위한 거죠” 

 

“다 대학에 잘 가기 위한 거죠. 대학을 가서 입당을 하고, 대학을 가야 또 간부를 하니까 간부를 하자는

 

게 저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 아니고 먹고살아야 하니까 간부를 하자는 거고.” (2019년 탈북자)

 

“국어, 수학, 영어, 물리, 화학 다 과목이거든요. 다 배웠었거든요. 가정교사가 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하다 보니까 집에서 가정교사 하거든요. 그 집에 군대 갔다가 제대돼 와서 대학을 다시 다니려니까 그런 사람부터 시작해서 초등 1학년까지 다 배우러 와요.” (2019년 탈북) 

 

“1대1 안 하죠. 가정교사가 전 과목을 다 배워주는데 애들이 같은 학년끼리 앉으면 말을 한다고 대학생 앉혀놓고, 대학 갈 애를 앉혀놓고, 중학교를 앉혀놓고, 중학교 옆에 인민학교 이렇게 해서 앉혀놓거든요. 서로 의사 통하지 않으니까 말을 할 일도 없는 거예요. 그렇게 하고 매일 오늘 배워준 걸 그 범위에서 무조건 매일 시험쳐요. 저녁에 한 시간 그러니까 공부를 아침부터 가서 저녁까지 하는 거예요.” (2019년 탈북) 

 

사진=노동신문·뉴스1

◆“어릴 때부터 사교육 들어가는 애들” 

 

“유치원 때는 선생님들에게 부모들이 요구하는 게 우리에게 어릴 때는 노래를 배워주고 싶다. 춤을 배워주고 싶다. 재간을 배워주고 싶다. 피아노를 배워주고 싶다. 근데 교원대학을 다니면서 전공이 미술, 춤, 피아노, 이런 걸 다 배워주고 하니까 선생들이 웬만한 건 다 하고 있어요. 제가 배워줄게요! 하고 피아노도 가르쳐주고, 노래도 가르쳐주고.” (2019년 탈북) 

 

“그런 애들은 어릴 때부터 사교육 들어가는 애들이에요. 기본 영어, 컴퓨터 그런 걸 해가지고 그런 애들은 벌써 어릴 때부터 시켜요. 일반 학교에서 애들은 또 때가 다르고 가는 사교육도 다르더라고요.” (2019년 탈북)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