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의 설 연휴를 앞둔 8일 서울역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등지는 일찍부터 귀성길에 나선 시민으로 붐볐다.
오전부터 승차권이 대부분 매진된 가운데 고향집을 찾아가는 시민들은 대부분 밝은 표정이었다. 입석표라도 구하려 줄을 선 시민도 보였다.
서울역에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캐리어 가방과 쇼핑백을 손에 가득 든 귀성객으로 북적였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일찍부터 서두른 탓에 피곤한 기색도 없지 않았지만 성의껏 준비한 선물을 들어 보이며 설레는 표정으로 웃음 짓는 이들이 많았다.
서울역에서 부산행 열차를 기다리는 배훈섭(37)씨는 "아들이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라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할 때인데 사실 명절 말고는 내려갈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부모님께서 평소에 조금 아쉬워하시는 것 같다"며 "부모님께서 '음식도 많이 해놨으니 어서 와서 먹고 가라'고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부산이 고향인 이동욱(28)씨도 "친구가 겨우 구해준 승차권으로 고향에 내려가서 오랜만에 부모님도 뵙고 잠도 푹 자며 쉴 거 같다"며 "어떤 선물을 드리면 좋아하실까 고민해봤는데 현금만 한 게 없을 거 같더라"고 웃어 보였다.
직장인 강지선(45)씨도 열두 살 딸, 열 살 아들과 함께 고향인 전남 순천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씨는 "시부모님들께서는 '너무 바쁘면 오지 말라'고 하시던데 '손주들이 보고 싶어 한다'고 말하고 내려간다"면서 "더 좋은 선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물가도 워낙 오르고 형편도 넉넉지 않아 이렇게밖에 준비할 수 없었다"며 식용유와 햄 등이 든 설 선물 세트를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역 안에 마련된 중소기업 상품 매장에서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시민도 있었다. 가족에게 건네거나 성묘할 때 쓰려고 꽃을 고르는 시민도 보였다.
이날 KTX 부산행 하행선은 대부분의 승차권이 매진이었다. 혹시라도 있을 입석 승차권을 사기 위해 창구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시민도 10여명 있었다.
강남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도 대기석에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승차홈 앞에 마련된 조그만 의자에도 승객이 빼곡히 앉아 있었고 저마다 과일세트나 홍삼세트처럼 고향에 가져갈 선물을 한 아름 들고 있었다.
편의점 샌드위치를 먹으며 경남 창원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대학생 장은혜(24)씨는 "반년 만에 고향에 가는데 제가 해산물을 좋아해서 집에 가면 부모님이 해산물을 사주신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이날부터 엿새간 고향집에 머무를 예정이지만 백팩 하나만 단출하게 챙긴 장씨는 "엄마 옷을 입으면 돼서 짐은 최소한으로 챙겼다"며 웃었다.
5박 6일간의 휴가를 얻어 고향인 울산으로 향하던 군인 A(22)씨는 "이제 휴가 시작인 데다가 오랜만에 집밥을 먹을 생각을 하니 설렌다"며 마스크 너머로 환하게 웃어 보였다.
김포공항 등 주요 국내선 공항에도 귀성객이 몰렸다.
한국공항공사는 이날부터 12일까지 닷새간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 이용객이 117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선 90만명, 국제선 27만명 등이다.
이날 하루에만 6만7천284명이 김포공항을 드나들 것으로 예측됐다. 출발 기준 김포공항은 설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금요일인 9일, 김해와 제주공항은 일요일인 11일 가장 붐빌 전망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연휴 동안 임시 항공편을 포함해 총 6천684편의 항공기를 운항하고 전국 각 공항에 특별교통대책본부를 운영하는 등 운항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연휴에 고향에 가는 대신 해외여행을 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인천국제공항은 이날부터 12일까지 총 97만6천900여명의 이용객이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평균 이용객은 19만5천명 수준으로, 출발 승객이 가장 많은 날은 9일, 도착 승객이 가장 많은 날은 1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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