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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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30대 친모에 1심 징역 8년…'화성 제부도 영아시신 유기' 친모도 붙잡혀 [사건수첩]

法 만삭의 피고인 구속집행정지 불허…양형 기준 낮은 ‘참작동기 살해’ 적용
“경제적 어려움·범행 동기 등 고려”…화성에선 30대 친모가 영아시신 유기

자신이 출산한 아기 2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냉장고에 보관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의 30대 친모가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생명이라는 고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친모 측이 주장한 살인죄가 아닌 영아살해죄 적용이나 심신미약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황인성)는 8일 살인 및 시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 된 친모 A씨에게 이같이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이날 만삭의 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자신이 출산한 아기 2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수년간 냉장고에 보관해 온 혐의로 구속된 친모 A씨. 뉴시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태어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영아로 모든 것을 피고인에게 의존해야 하고, 피고인의 보호가 필요한 독립된 인격체였다”며 “합법적이거나 적어도 불법성 정도가 낮은 다른 대안이 존재했으며 피고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는 태도,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피해자들을 양육하게 되면 기존의 자녀들마저 제대로 키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범행 동기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범죄분석관이 생활 전반에 걸쳐 무능력한 남편을 피고인이 의지할 수 없었고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남편을 속이고 출산·살해한 것으로 평가한 점, 피고인 스스로 다시 찾을 수 없을 만한 장소에 사체를 유기·은닉하거나 더 나아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사체를 훼손하지 않은 점 등을 피고인의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

 

특히 재판부는 살인죄의 양형을 판단하면서 “범행 후 차상위 계층으로 선정된 점, 출산 후 약 29시간 뒤 살해한 사건인 점 등을 고려해 ‘보통 동기 살해’가 아닌 ‘참작 동기 살해’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보통 동기 살해의 경우 양형 기준은 10~16년이고, 참작 동기 살해는 4∼6년이다.

 

반면 A씨의 변호인이 주장한 시체은닉이 아닌 추후장례를 위한 보관 행위라는 주장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방법원 청사. 뉴시스

수원구치소가 출산이 임박한 A씨의 안전을 고려해 건의한 구속집행정지에 대해선 “구치소 보호 아래 연계된 병원에서 출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 내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딸과 아들을 병원에서 출산한 뒤 집 또는 병원 근처 골목에서 자녀들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아기들의 시신을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했다.

 

이미 남편 B씨와 사이에 3명의 자녀를 둔 그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또 임신하자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은 지난해 5월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그림자 아기’ 사례로 지적하면서 드러났다.

 

한편,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이날 생후 20여일 된 아기를 차 트렁크에 넣어 방치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30대 친모와 40대 남성을 붙잡았다. 이들은 지난해 12월29일 용인의 한 병원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한 뒤 아기가 숨지자, 지난달 21일 새벽 시신을 화성시 서신면 제부도의 풀숲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들에게 영아살해죄가 아닌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수원·화성=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