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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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친구와 헤어질 때 건네는 선물… 작지만 느닷없는 성의에 뿌듯

설 명절을 앞두고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세뱃돈 얼마가 적정할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2%가 ‘서로 부담인 만큼 안 주고 안 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물가상승에 가뜩이나 생활비가 크게 늘어난 데다 부모님 용돈과 세뱃돈 물가에 직장인들이 휘청이는 요즈음 세태다.

곧 여든이 되는 내 형님은 명절과 생일 때 그 많은 손주들에게 손편지와 함께 세뱃돈, 축하금을 넣은 예쁜 봉투를 내민다. 금액은 예나 지금이나 3만원이지만 때마다 다른 편지 내용이 그날의 하이라이트다.

형님으로부터 영감을 받아서일까, 내 경우 주변 분들에게 그때그때의 선물을 놓고 고심한다. 한편 즐겁기도 하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를 만났다. 포켓용 명언집을 슬쩍 쥐여줬다. 만남이 뜸한 오랜 파트너와 두어 번 저녁 식사를 같이했다. 헤어질 때 사모님께 드리라며 대추빵 꾸러미를 가방에서 꺼내 무심한 척 건넸다. 의외의 선물에 놀란 표정이 지금도 선하다.

새집 입주를 축하한다며 찾아온 초등학교 동창들, 헤어질 때 ‘고맙다는 작은 증표’가 손에 들려 있으니 뿌듯했다. 이렇듯 짐작 못 한 작은 선물에도 우리는 감동한다.

노청한·서울 은평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