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우리땅,우리생물] 담비에게 되돌려줄 따뜻함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 찬기가 도는 겨울이다. 요즘은 워낙 방한용 의류가 다양하지만, 문득 옛 조상들은 이 추위를 어떻게 버텼을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우리 선조들은 짐승의 가죽을 이용하여 옷을 만들었다. 최상급 모피의 주인공은 바로 담비다. 담비의 털은 부드럽고 보온성이 뛰어나며 색채가 고와서 한때 우리 조상들의 방한용 갖옷으로 애용되었다. 담비의 옛말이 ‘돈피(?皮)’인 것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담비의 쓰임에 가치를 부여하여 이름 지은 것 같다.

애석하게도 담비는 현재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이다. 담비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산림지대에 살지만, 산림이 파괴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한반도(북한 포함)에는 검은담비, 담비, 산달 3종이 있고 국내에는 담비 1종만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담비의 형태는 몸길이가 45~60㎝인데 꼬리가 48㎝로 몸길이만큼 길고 귀는 3.8~4.0㎝이며 몸무게는 약 3~4㎏이다. 담비는 무리생활을 통해 협동 사냥을 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국내 최상위포식자 중 하나인 담비는 2~3마리에서 때로는 5~6마리까지 한 무리로 생활하는데 그 이유는 무리 생활이 단독 활동보다 먹이 활동과 사냥에 이득이기 때문이다.

담비를 15년 넘게 관찰해온 한국 야생동물생태연구소 이상규 소장은 “담비는 매우 끈끈한 유대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하며, 담비 한 마리가 앞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지만 다른 담비의 도움으로 야생에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담비에게 무리가 어떤 의미인지, 동료애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따뜻함이 묻어나는 일화이다.

한때 우리가 한겨울에 몸에 걸친 건 담비 모피가 아니라 따뜻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우리가 담비에게 따뜻함을 되돌려줄 때이다.

손승훈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