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고래바다여행선’의 고래발견율이 사상 처음 5%대로 떨어졌다. 10번 출항해 한 번도 고래떼를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2011년 처음 출항한 고래바다여행선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정원 347명인 550t급 관광용 크루즈선이다.
7일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의 최근 5년간 고래바다여행선 운항 실적을 살펴보면, 2019년 고래발견율은 20.31%(64회 출항·13회 목격)였다. 그러다 2020년 13.04%(46회 출항·6회 목격), 2021년 14.55%(55회 출항·8회 목격)로 고래발견율이 감소세를 보였다. 2022년엔 7.14%(140회 출항·10회 목격)까지 낮아졌다. 지난해(133회 출항·7회 목격)는 8월26일 500여마리의 고래떼를 목격한 후, 운항이 끝난 연말까지 단 한 번도 고래떼를 찾지 못했다.
문제는 고래 탐사에 매력을 느껴 돈을 내고 배를 타는 관광객들의 불만이다. 지난해 9월 고래바다여행선을 탔던 신모(40·울산 울주군)씨는 “지자체에서 운영한다고 해 믿고 4인 가족이 6만원의 돈을 내고 탔는데, 바다만 보다 왔다”고 말했다. 고래탐사 요금은 대인(중학생 이상) 1명당 2만원, 소인(초등생까지) 1만원이다.
고래발견율이 줄어든 건 바다 수온, 배의 항로 변경 등 복합적인 이유라고 관리공단은 설명한다. 수온이 내려가면 고래 먹이인 오징어·청어·멸치 등이 줄어든다. 먹이를 찾아 유영하는 고래떼도 자연스럽게 모습을 감춘다.
항로 문제도 고래 만남 횟수를 줄어들게 했다. 울산 앞바다에서 참돌고래가 주로 발견되는 곳은 북구 방향 정자항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고래바다여행선은 정식 항로가 아닌 탓에 이들 항로의 남쪽인 울주 진하해수욕장 해역을 거쳐 3시간 정도 오간다. 발견 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 관계자는 “고래바다여행선 항로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경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장생포는 국내 유일 고래문화특구이자, 고래 1번지다. 고래생태체험관도 있다. 이곳 수족관엔 현재 4마리의 돌고래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 ‘살아 있는 고래’를 보는 고래관광은 힘들어진다. 올해부터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전시를 위해 고래를 새로 들여와 전시하는 것이 금지돼서다. 바닷속 고래도, 수족관 속 고래도 못 보는 고래문화특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울산 남구 관계자는 “미디어를 이용한 고래 구현 등 현실에 맞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