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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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경협 폐기, 전투태세 갖춰라”, 경제난·고립만 심화할 뿐

북한이 지난 7일 최고인민회의 전원회의를 열어 남북경제협력과 관련된 법안을 폐지하고 남북 간에 체결된 경협 관련 합의를 폐기하겠다고 했다. 2005년과 2011년 각각 제정된 북남경제협력법과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폐지하고 남측과 경제교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북한은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인민군 건군절 76주년을 맞은 어제 인민군을 향해 “만단의 전투동원 태세를 갖추라”고도 했다. 북한이 전례 없이 군사적 긴장수위를 높이면서 7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군은 북한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 만큼 한 치 오차 없는 안보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경협까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제 남측과는 완전히 선을 긋고 “내 갈 길 가겠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예고됐다. 김정은은 새해 들어 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국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더니 지난달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선 “공화국의 민족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며 남한을 ‘불변의 제1주적’이라고 명시했다. 올 들어 수백 발의 서해 포격에 이어 고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서해와 동해로 쏜 순항미사일 발사로 위협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변 핵시설 가동 징후가 포착되는 점을 감안하면 7차 핵실험은 언제든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다.

북한이 도발수위를 높여가는 건 내부결속과 대남 심리전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엊그제 통일부가 공개한 탈북민 6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북한은 식량난조차 해결 못 해 ‘4대 세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고조되는 판국이다. 내부결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4·10총선을 앞두고 남남갈등을 유발하겠다는 계산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데는 중국의 ‘뒷배’ 역할과 첨단 군사기술 이전까지 이뤄지는 북·러 간 밀착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1월 미국 대선이 임박해오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 도발수위를 더 높일 게 분명하다. 그러나 금방 오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 창설에 따른 핵무기 공유는 말할 것도 없고, 캠프데이비드 회동으로 한·미·일 공조도 물샐틈없다. 북한이 경거망동하면 할수록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만 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