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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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초과근무 통제 공문’ 수사·안전 기관 4곳 중 경찰 유일

2023년 예산집행 내역 살펴보니

경찰, 1조3407억원… 예산 2% 초과
경찰청, 2023년 연말 휴가 권장 공문
치안 수요 큰 시기 공백 논란 일어
검찰·해경·소방청 4∼18% 넘겼지만
초과근무 통제 않고 타 예산 전용
일선 경찰 “정부 긴축기조에 눈치”

지난해 ‘초과근무 자제령’을 내려 논란을 빚었던 경찰 외에도 검찰, 해양경찰, 소방청 등도 관련 예산을 초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문까지 내리며 초과근무를 통제한 기관은 경찰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역대급 ‘세수 펑크’로 지출 절감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정치권과 정부의 눈치를 보며 ‘치안 공백’을 자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경찰은 초과근무로 총 1조3407억5500만원을 집행하며 관련 예산(1조3136억여원)을 약 2%(272억여원) 초과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초과근무 예산이 초과된 곳이 경찰만은 아니다. 검찰청도 지난해 초과근무로 284억458만원을 집행해 초과근무 예산을 10%가량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경찰청도 1759억3800만원을 초과근무 예산으로 지출하며 예산을 17%(258억4900만원)가량 초과했고, 소방청(지역소방서 제외) 역시 예산을 18%가량 초과한 83억7175만원을 집행했다. 

 

이처럼 경찰청을 포함해 4개의 국가 기관이 모두 초과근무에 할당된 예산을 초과 집행했지만 공식적으로 ‘초과근무 자제령’을 내린 곳은 경찰청 한 곳뿐이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에서 초과근무 자제령을 내린 적은 사실상 전무하다. 해경 관계자는 “초과근무 예산이 부족할 경우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불용액(집행하지 않은 예산)을 인건비로 전용해서 쓴다”며 “초과근무 자제령을 내린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 불용예산은 2022년 2201억5700만원에 달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초과근무와 자원근무를 최소화하고 휴가를 적극 권장하는 내용이 담긴 ‘경찰청 근무혁신 강화 계획’을 시·도 경찰청과 부속 기관에 하달했다. 이 계획에는 특별치안활동과 집회·시위가 많아 초과근무가 지난해보다 월평균 0.9시간 늘었으니 남은 두 달 동안 초과근무를 줄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용산서의 경우 공문을 통해 1인당 직무에 따른 초과근무 상한 시간을 명시하고 평소보다 최소 5% 감소한 수준으로 조정했다. 초과근무 시간 감축을 위한 방법으로 △가족 사랑의 날 2회 확대 △주말·공휴일 초과근무 원칙적 금지 △연가 활성화 등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초과근무 자제령이 내려온 시기가 사건·사고가 많은 연말이라 ‘치안 공백’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유독 경찰만 초과근무 자제령이 내려진 것에 대해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경찰 수뇌부는 대통령실 입김에 미래가 결정되고 잘리면 갈 곳이 없으니 정권 바뀔 때마다 눈치 보는 게 일”이라며 “정부에서 재정건전성을 위해 긴축 기조를 강조하니 치안이고 뭐고 알아서 기는 것”이라며 혀를 찼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도 “정부에서 겨울 실내온도 18도 유지 공문이 내려왔을 때도 이를 목숨 걸고 지킨 기관은 우리뿐”이라며 “간부들 모두 정부로부터 티끌만큼의 꼬투리도 잡히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말했다.

 

이번 초과근무 자제령도 57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세수 결손과, 이를 만회하려는 정부의 은근한 예산 ‘불용’ 압박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수 결손을 만회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불용을 활용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지휘부 인사에 정치권의 영향력이 워낙 크고 특히 고위직들은 승진 못 하면 근무 기간이 줄어들고 연금도 줄고 옷 벗으면 갈 데도 없으니 정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정권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현재 수직적인 승진 시스템을 다면적이고 정량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현재 ‘월급 보전’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초과근무 시스템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지휘관이 허가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의원은 “윤석열정부 최악의 세수펑크 사태로 경찰 공무원들의 야근수당 지급이 제한되고 치안과 민생 공백 우려까지 발생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기재부의 세수추계 정확성을 높이고 총선용 묻지마 감세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작년에는 이상동기범죄, 잼버리 등 특별한 치안수요로 다른 해에 비해 예산이 많이 집행돼 꼭 필요한 초과근무는 보장하려는 차원에서 (초과근무 자제를) 두 달간만 강화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발생한 초과근무는 수당을 지급해 치안활동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경찰청 전체 불용액 비율은 0.9%로 역대 최소 규모”라며 “예싼 편성 범위 내 운용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집행을 관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정·반론보도] ‘초과근무 통제 공문’ 수사·안전 기관 4곳 중 경찰 유일 관련

 

본보는 지난 2월8일 인터넷기사 <‘초과근무 통제 공문’ 수사·안전 기관 4곳 중 경찰 유일> 및 지난 2월9일 지면 <‘초과근무 통제 공문’ 수사·안전 기관 4곳 중 경찰 유일> 등 각각의 기사에서, 지난해 공문까지 내리며 초과근무를 통제한 기관은 ‘경찰’뿐이라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초과근무를 통제하거나 그 수단을 공문으로 한 부처는 경찰만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경찰청은 지난해 초과근무제도 관리는 정부의 예산 ‘불용’ 압박 때문이 아니고, 허위·부정수령 등 잘못된 초과근무 형태를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음을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