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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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권 탄생 책임론’ 갈등 점입가경… 친문 “이재명이 직접 정리하라” 압박

친명·친문 ‘임종석 출마’ 싸고 갈등
일각선 “전대 염두에 둔 친명의 포석”

더불어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제기한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의 파장이 거세다. 책임론의 칼날은 문재인정부 첫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을 겨누는 모양새다.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은 8일 “이재명 대표가 직접 나서서 정리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4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당사자인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의 지도부와 당직자, 이재명 대표를 보좌하는 분들께 부탁드린다”며 “여기서 더 가면 친명(친이재명)이든 친문이든 당원과 국민들께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회동을 훼손해선 안 된다”며 “두 분은 4·10 총선 승리를 시대 소명으로 규정하고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과정에서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 메시지가 나왔던 일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나 이틀 만인 6일 임 위원장이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의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주시기 바란다”고 했고, 이 발언이 문재인정부 출신 핵심 인사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뒤따르면서 친명·친문 갈등이 재점화했다.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준비 중인 임 전 실장은 “지금부터는 단결은 필승이고 분열은 필패”라며 “치유와 통합의 큰 길을 가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임 위원장의 언급이 구체성이 떨어지는 탓에 총선을 앞두고 분열만 가속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당장 지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 또한 책임론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터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이 지난 7일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새마을회 제18~19대 회장 이임식 및 제20대 회장 취임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가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날 친문계 의원들로부터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고민정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이 대표도 본인이 한 말에 대해 책임지려는 노력을 많이 하신다”며 “주위 사람이 뭐라고 하든 본인들께서 명문 정당과 용광로 정치를 말씀하신 만큼 지금 이 사안을 정리할 수 있는 건 (이재명) 대표밖에 안 계신다. 좀 정리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도 MBC라디오에서 “당 지도부가 나서서 정리해야 되는 것”이라며 “총선이란 건 우리가 모을 수 있는 모든 힘들을 하나로 모아내는 게 우선인데 힘이 잘 모이지 않지 않냐. 그런데 그런 걸 왜 두고 보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의 힘은 단결과 단합이다. 그걸 해치는 말이 나오면 부분적으로 ‘이건 잘못된 거다’라고 하든지 정리를 해주셔야 된다”고도 했다.

 

당 일각에서는 임 전 실장에 대한 불출마 압박이 총선 이후 8월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친명계 측 움직임이란 해석도 나온다. 임 전 실장이 원내에 진입할 경우 전당대회에서 친문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정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김승환·최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