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與 ‘낙동강 벨트 탈환’ 김태호 합류… PK 중진, 잇단 ‘험지 참전’ [뜨거워지는 총선 경쟁]

지도부 요청 따라 줄줄이 도전장
金 “당의 요청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경남 양산을 출마… 野 김두관과 격돌
5선 서병수는 부산 북·강서갑에 차출

‘낙동강 벨트’ 민주 지지 상대적 높아
“중진 출마 땐 승산” 승부처로 인식
민주 “PK를 핫바지로 보나” 날 세워

국민의힘 지도부가 부산·경남(PK) 지역 중진들을 차례차례 차출하며 ‘낙동강 벨트’ 탈환에 시동을 걸고 있다. 5선 서병수 의원(부산 진갑)이 험지 출마 요청에 응한 데 이어 3선 김태호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이 8일 지도부 요청에 따라 경남 양산을 출마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이에 대해 “국민의힘이 PK를 ‘핫바지’로 보고 있다”고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낙동강 벨트는 낙동강 하류 지역인 서부산과 동부경남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보수 우위인 PK 지역 내에서도 보수·진보가 박빙이거나 진보가 근소한 차로 우위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경남지사 선·후배 ‘양산을’ 맞대결

 

국민의힘 3선 김태호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낙동강 벨트를 총선 승리의 교두보로 만들어 달라는 당의 요청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경남 양산을 출마를 선언했다. 양산을 현역 의원은 민주당 재선 김두관 의원이다. 김태호·김두관 의원 둘 다 경남도지사를 지낸 바 있다.

양산을은 지난 선거에서 김두관 의원이 미래통합당 나동연 후보를 1.7%포인트 남짓 차로 이기는 박빙 승부가 펼쳐졌던 곳이다.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런 사실을 언급하며 “(국민의힘이) 양산을 험지라 하는 건 엄살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눈을 현혹해 정권의 실정을 가리기 위한 술수”라고 했다. 김태호 의원을 겨냥해서는 “양산을을 험지로 포장해서 망국적인 영남 지역주의를 부추길 생각은 마시라”고 경고했다.

 

김태호 의원보다 먼저 지도부 요청에 응한 건 서병수 의원이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전재수 의원 지역구인 부산 북·강서갑 출마를 선언했다. 서 의원은 부산 해운대·기장갑에서 16대부터 내리 4선 의원을 지냈고, 2014년 지방선거 때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재선에 도전했다 낙선한 뒤 21대 총선에서 부산 진갑에 출마, 5선에 성공했다.

민주당 전 의원은 서 의원 출마에 대해 “‘부산 진구에서 밀려서 북구로 출마하신다는 설’이 이미 파다했고 반응은 냉랭했다”며 “북구가 궁여지책에 속을 만한 곳이 아니다”라고 깎아내렸다. 전 의원은 부산 북·강서갑에서 재선을 했다. 다만 20대 총선 당시 11.9%포인트 격차가 21대 총선에서는 2%포인트까지 좁혀진 만큼 승부를 쉽사리 예단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

◆국힘 ‘낙동강’ 차출에 민주 “지역 냉담”

 

국민의힘 지도부는 서 의원과 김 의원에 이어 3선 조해진 의원(밀양·의령·함안·창녕)에게 경남 김해 출마를 요청했고, 조 의원은 고심 중인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낙동강 벨트를 이번 총선 승부처로 보고 있다. 영남권이지만 민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곳을 차지해야 수도권 열세 상황을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낙동강 벨트가 여당에 유리한 흐름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PK 중진이 출마할 경우 승산이 있다는 것이 당 지도부 속내다.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재배치 요청을) 말씀드린 세 분 기준을 보면 기존에 있던 곳과 옮겨간 곳, 두 곳 모두를 이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그런 기준에서 추가로 어떤 검토가 가능할지는 좀 더 충분히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측은 낙동강 벨트를 겨냥한 국민의힘의 잇따른 중진 차출에 대해 일단은 평가절하하는 모습이다. 조 의원과 맞붙게 될 가능성이 있는 김해을 현역인 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김해 시민 입장에서는 ‘아무나 낙하산으로 내리면 받아줘야 하냐’, ‘김해를 핫바지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다”고 전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현재 우위인 정권심판론 여론이 PK 지역 민주당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이라고도 했다. 김 의원은 “(PK의) 정당 지지율은 현재 우리가 뒤지는 상황이지만 선거가 임박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지역구 후보가 서고 나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후보와 결합하면서 표심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승환·김병관·최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