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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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밉상인데 같이?”…유승민을 보는 두가지 시선

“윤석열 대통령이 저렇게 국민 밉상이 돼 있는데 어떻게 같이 갑니까. (당이) 대통령과 완전히 차별화를 해야 합니다.”(6일 MBC 100분 토론 중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었다. 그는 국민의힘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직후 “윤석열 정권의 레임덕이 이미 시작됐다”고 평가했고, 윤 대통령의 김건희 여사의 특검법과 50억 클럽 특검법, 이른바 쌍특검법 거부에 대해선 “총선의 심판이 두렵지 않느냐”고 직격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이 4·10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걸면서 유 전 의원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잔류에 못을 박으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개혁신당 합류에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수도권에서 인기가 높은 유 전 의원의 합류와 총선 지원 등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지금까지 윤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치며 용산의 ‘역린’으로 평가받아 온 유 전 의원의 합류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과연 유승민 카드는 총선에 독일까, 득일까.

 

사진=아시아포럼21 제공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6일 유 전 의원은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총선과 현재 정국을 어떻게 계획 및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저렇게 국민 밉상이 돼 있는데 어떻게 같이 가느냐. (당이) 대통령과 완전히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이번 총선 판세에 대해 중도층, 수도권 청년층 마음이 지금 민주당 쪽에 많이 가 있다”며 “그분들 중에 절반이라도 마음을 돌릴 수 있으면 이 선거는 해볼 만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 전 의원은 “중도층 민심 확장의 방법에 대해 무슨 수단이 있느냐. 일단 대통령과 완전히 차별화를 해야 한다. 대통령하고 거리를 둬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저렇게 국민 밉상이 돼 있는데, 어떻게 같이 가나”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공천과정과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견지했지만, 나름의 해법을 내놓았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을 분리하는 방안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의 해소, 중도층과 수도권 청년층에 집중하는 전략을 총선 승리를 위한 필수 전제로 내놓았다. 이는 대통령실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시스템 공천 원칙을 천명하며 대통령실이 공천과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근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잔류를 못 박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국민의힘은 유 전 의원에게 손길을 내밀었다. 그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을 지키겠다. 공천 신청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24년 전, 처음으로 야당이 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이 당에 젊음을 바쳤고, 이 당이 옳은 길을 가길 항상 원했으며, 처음이나 지금이나 이 당에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당은 즉각 반응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은 유 전 의원에 대해 “유 전 의원은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탈당하지 않고 당에 잔류해주신 결단엔 경의를 표한다”며 “본인 의사라든가 당 지도부와 협의를 거쳐 앞으로 역할이 주어지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또 유 전 의원의 전략공천 가능성에 “아직까지 검토한 바 없지만 앞으로 상황에 따라서 역할이 주어지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당 내부에선 유 전 의원의 합류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우선 지금까지 유 전 의원과 오랜 시간 갈등을 빚어온 대통령실이 이를 반길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무작정 수도권 승리를 위해 그를 영입할 경우 또 다른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또 그 과정에서 용산과 당이 갈등하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수도권 험지에 출마한 한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유 전 의원에겐 개혁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중도층과 청년층 표를 모을 수 있다”며 “(유 전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에, 청년 보수층에서 이탈할 개혁신당의 표도 어느 정도 방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