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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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기간 ‘펄펄 끓는’ 아이, 해열제 어떻게 복용해야 하나 [부모백과사전]

독감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 등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와중에 명절 연휴를 맞았다. 연휴 기간엔 휴진하는 병원이 많아 감기·독감 환자들, 특히 소아 발열 시 부모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A형 2가지(H1N1·H3N2), B형 1가지(빅토리아) 등 3가지 유형의 바이러스 동시 유행을 경고하고, 지금이라도 독감 예방접종을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연휴 기간 아이에게 고열이 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실 발열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몸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면역반응에 따라 일어나는 것으로 발열 자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보통 고열의 기준은 38도. 이 이상일 때 해열제 투여를 권한다. 

 

해열제는 크게 아세트아미노펜 계열(타이레놀 등)과 이부프로펜(부루펜 등)으로 나뉜다. 아세트아미노펜은 4~6시간 간격으로 10~15㎎/㎏씩, 이부프로펜의 경우 5~10㎎/㎏씩 6~8시간 간격으로 복용해야 한다. 복용량과 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이유는 해열제 장기간, 과량 사용하면 신장이나 간 기능에 장애가 올 수 있는 탓이다. 

 

약은 먹고 나서 보통 30분~1시간 정도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통상적으로는 하나의 해열제를 시간 간격에 맞춰 복용할 것을 권하지만, 1∼2시간이 지나서도 38∼39도가 넘는 고열이 나면 다른 성분의 해열제를 ‘교차복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서는 “교차복용이 가장 효과 있다”와 “교차복용은 검증된 게 없다더라“라는 의견이 나뉘어 엄마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응급센터 김민정(응급의학과) 교수는 “두 약물을 교차로 사용하는 것이 해열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19년 연구에서는 교차 복용이 단독으로 사용할 때와 비교해 유의미한 해열 효과 차이가 없었다고 나왔고, 2000년 연구에서는 두 약물의 부적절한 사용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며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을 교차하여 사용할 때는 각 약물의 권장 복용량과 간격을 정확히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 교수는 “발열을 관리하는 주된 목표는 아이가 느끼는 불편함을 줄이는 것”이라며 “해열제를 먹고도 발열이 지속할 경우 미지근한 물로 닦아주거나 가볍게 옷을 입히는 등 물리적 해열 방법으로 아이의 체온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발열은 굳이 응급실을 가지 않아도 집에서 해결할 수 있다. ‘초보 부모’가 범하는 흔한 실수 중 하나가 아이가 일단 발열이 나면 새벽에 무작정 응급실로 뛰어가는 경우다. 열이 나더라도 아이가 여전히 활동적이고 식사나 수면에 큰 문제가 없다면, 집에서 적절한 관찰과 관리만으로 충분하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경우도 분명히 있다. 

 

김 교수는 “△의식 변화, 호흡곤란, 청색증 같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생후 100일 미만의 아이에게서 발열이 관찰되거나, △열성 경련이 발생하는 등의 특정 상황에서는 즉시 응급실 방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열성 경련은 생후 9개월에서 5세 사이의 소아가 발열과 함께 의식이 없어지고 전신이 뻣뻣해지고 몸을 떠는 등 경련하는 것을 말한다. 아직 발달기인 소아에서 체온상승 때문에 뇌가 오작동하면서 생긴다. 단순 열성 경련의 경우 열이 나기 시작한 지 1~2일 이내에 발생하고, 대개 지속시간이 1∼2분에 불과하다. 보통 15분을 넘기지 않는다. 정상 발달 아이의 경우 열이 떨어지면 저절로 좋아지는 만큼 편안한 곳에 눕히고 안정을 취하면 된다. 그러나 열성 경련이 15분 이상 지속하거나, 24시간 이내에 재발하고, 헛소리·얼굴 마비·두통, 의식저하와 호흡곤란이 와서 청색증이 심해지면 뇌수막염, 뇌염 등 다른 뇌 질환 가능성을 의심하고 바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