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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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자살’ 강남 아파트…새해 들어 경비원 절반 싹둑

최근 서울 한 아파트에서 절반 이상의 경비노동자가 해고돼 설날을 앞두고 복직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아파트에서는 경비노동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관리소장의 횡포가 드러나기도 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와 대치 선경아파트 해고 경비노동자 4명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 아파트 정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비용역업체 측의 집단 해고를 규탄했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12월31일부로 선경아파트 경비노동자 76명 가운데 44명에게 휴대폰 문자로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앞에서 관리소장 갑질을 폭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노동자의 동료들이 고인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는 집단 해고 사태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지난해 말 경비용역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노조와 경비노동자들은 지난해 동료 경비노동자 박모씨가 목숨을 끊은 이후 부당한 지시와 인사권 남용으로 불안감을 조성해왔다며 관리소장 퇴출을 촉구하는 집회를 해왔고 이번 인원 감축은 그에 대한 ‘보복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이 아파트 경비노동자로 11년간 일한 박씨는 지난해 3월14일 ‘관리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동료들에게 전송한 뒤 아파트 9층에서 추락해 숨졌다. 지난해 12월 그의 죽음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돼 같은달 27일 추모식이 진행되기도 했다. 박씨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은 지난해 7월 범죄 관련성이 없고 갑질 문제는 경찰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아파트 관리소장 안모씨를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 처분했다.

 

노조 측은 경비노동자의 불안정 고용이 반복되는 상황을 비판했다. 김선기 전국민주일반노조 교육선전실장은 “경비노동자 대부분이 각자 집에선 할아버지인데 설을 앞두고 잘리고 천대받았다”며 “사실상 복직이 쉽진 않겠지만 전국 경비노동자들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