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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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반성 없다”에 조국 “15차례 이상 사과했다" [뉴스+]

‘1심 실형→항소심 집유’ 깨고 2년 실형
13개 혐의 중 8개, 범죄사실로 법적 판단
“범죄사실 인정 없는 사과, 반성 아니다”
‘검찰 수사 희생양’ 두둔한 야당도 책임
편법·반칙 사회에 경종 울리는 계기 돼야

“피고인 조국은 원심이나 항소심에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의미 있는 양형 조건의 변경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심에 이어 8일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형량은 징역 2년으로 같다. ‘1심 실형→항소심 집행유예’의 통상적인 형사소송 법칙에 어긋난다. 그만큼 행위의 비난가능성, 즉 법적 책임이 크다는 뜻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혐의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서울고법 형사13부(김우수·김진하·이인수 부장판사)는 8일 업무방해·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의 실형과 600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아들의 입시비리 혐의로 함께 기소된 부인 정경심 교수도 1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나 형집행을 2년간 유예받았다.

 

이로써 2019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조국사태’에 대한 법적 사실관계 판단은 4년6개월만에 끝났다. 조 전 장관이 상고하더라도 대법원에서는 법리판단만 다루므로 1·2심에서 확정한 사실관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에게 적용된 주요 혐의 13개 중 1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8개가 모두 범죄사실로 확정된 것이다. ▲아들과 딸의 입시를 위해 인턴 등 경력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해 주고 아들의 온라인 시험을 도와줬고 ▲민정수석 재직 시절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600만원을 받아 청탁금지법을 어겼으며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양형의 사유로 지난해 2월 1심 판시를 그대로 인용했다.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고 형량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너무 가볍거나 무겁지 않아 부당하지 않다고 봤다. 

 

“원심은 자녀 입시 비리 범행은 대학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수년간 반복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범행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고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에서 죄책 무거운 점, 청탁금지법 위반 범행은 고위공직자로서 적지 않은 금액을 반복적으로 수수해 공정성과 청렴성 의심받을 행위를 스스로 한 것으로 책임이 가볍지 않은 점,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남용 범행은 민정수석으로서 직무를 저버리고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비위 행위자에 대한 감찰을 중단함으로써 죄책이 무거운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자녀 입시 비리 및 유재수 감찰무마'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선고 내용만 놓고 보면 조 전 장관으로서는 법정구속을 피한 게 그나마 다행이다. 조 전 장관이 상고 의사를 밝힌만큼 대법원까지 가서 판결이 확정돼야 수감되겠지만, 바로 서울구치소에 갇힐 수 있었다. 

 

사실심 종료를 계기로 그동안 ‘표적수사’, ‘별건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여온 그가 이제는 국민 앞에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범죄사실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나 유감 표명을 진지한 반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재판부의 질타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 전 장관은 항소심 선고 직후 “재판부의 법리 적용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사과 및 반성과 관련해서도 “15차례 이상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했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 발언에 동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검찰이 한 가족에게 현미경을 들이대 수술칼을 휘둘렀다는 비판이 지나치지는 않다. 조 전 장관도 “2019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5년의 시간은 저와 가족에게 무간지옥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이라는 고위공직자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던 초기 ‘개혁 정권’과 ‘구악 검찰’의 싸움으로 규정짓고 방어막을 치느라 급급해 빚어진 결과다. 윤석열 대통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300만원대 디올백을 받는 장면에 친북 성향 및 목사 자격 논란을 빚는 인사의 ‘몰카시계’가 가려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몰카 공작’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여론은 김 여사쪽으로 눈길을 줄 뿐이다. 

 

 이번 판결은 조 전 장관을 검찰 수사의 희생양으로 두둔해 온 더불어민주당에도 부담이다. 4·10총선 승리를 위해 반윤석열 세력 결집을 꾀하는 민주당 내에서는 ‘조국 신당’까지 껴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조 전 장관도 “많이 부족하고 여러 흠이 있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면서 정치적으로 역할을 모색 중임을 숨기지 않았다. ‘조국 수호’로 온 나라를 분열과 갈등의 늪으로 몰아넣은 민주당이 확정된 범죄사실 앞에서도 통절한 반성과 진정한 사과 없이 ‘조국의 강’을 건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식이 잘 되도록 하려는 건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아빠 조국, 엄마 정경심’이 그랬다. 하지만 고위공직자와 교수 신분으로서 부모 찬스를 쓰고 아들을 법조인으로, 딸을 의사로 키우려고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것까지 용인되지 않는다. ‘조국 사태’는 성공을 위해 편법과 반칙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에 울리는 경종이다.


박희준 기자 july1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