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후임으로 지명된 박성재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15일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청문회에서는 박 후보자의 도덕성·역량·적격성 등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인사청문회에서는 박 후보자가 2017년 검찰을 퇴직한 후 6년 반 동안 재산이 23억원 정도 늘어났다는 것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제출된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박 후보자가 신고한 본인과 가족의 재산은 총 29억1341만원으로, 2017년 7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으로 퇴임했을 당시 신고한 6억2618만원보다 22억8723만원 늘어났다.
특히 퇴임 직후 2년간 매년 약 15억원의 수입을 올린 데 대해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해 맡은 소송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등 특혜를 주는 ‘전관예우’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박 후보자는 검찰 퇴임 직후인 2017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박성재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했고, 2020년 8월부터 현재까지 법무법인 해송 대표변호사로 있다.
박 후보자는 사업·근로·연금 등으로 2018년 14억8399만원, 2019년 14억6914만원, 2020년 7억3000만원, 2021년 3억9762만원, 2022년 5억6391만원 등 5년간 46억4466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검찰에서 퇴직한 이듬해부터 3년간 수입은 36만8000여 만원이다. 박 후보자는 2022년 7월부터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직을, 2022년 8월부터 우리자산운용 사외이사직을 겸임하며 약 1억2000만원의 급여를 받기도 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수입은) 총매출로서 직원급여, 사무실 임차료 등 비용과 세금 등이 포함된 금액”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배우자의 1억여원 증여세 탈루 정황과 관련한 질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후보자의 배우자가 공동 명의로 아파트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1억원 이상의 증여세를 탈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박 후보자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24억5000만원)인데, 박 후보자 부부가 2018년 공동 명의로 사들였다.
박 후보자와 배우자 A씨는 지분을 절반으로 나눠 대출 없이 12억2500만원씩을 냈는데, A씨가 아파트 지분을 매입한 출처가 확인되지 않았다. 박 후보자의 퇴임 당시 A씨의 재산은 3276만원의 예금뿐이었고, A씨에게는 별다른 소득세 납부 기록이 없어 박 후보자가 아파트 매입 자금을 증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증여가 사실일 경우 부부간 증여세 면제 한도인 10년간 6억원을 넘어서는 6억2500만원에 대해 1억275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법무부는 이에 관해 “1998년 최초 아파트 구매 시 박 후보 부부 공동 자금으로 구매했으나 당시 후보자의 단독명의로 했었고, 이후 2003년 아파트 매매 시에도 후보자의 단독 명의를 유지했다가 퇴직 후 2018년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실질에 맞게 공동명의로 등기했다”며 “만일 세법상 추가로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과거 인연이 인선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과 근무 인연이 깊고, 사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사이로 전해졌다. 박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이 초임 검사로 대구지검 형사부에 배치됐을 당시 옆 부서에서 근무했다. 또 윤 대통령이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돼 대구고검에서 근무할 당시 대구고검장이었다. 박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은 검찰 출신 인사 가운데 한 명으로도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박 후보자를 두고 “공직 생활 내내 엄정한 성품과, 강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원칙에 기반하여 뚝심 있게 일을 처리한 것으로 정평이 난 분”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형사 사법개혁을 이어받아 헌법적 가치를 법무행정에 구현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북 청도 출신인 박 후보자는 대구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장,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 요직을 역임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검찰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곳에 다시 오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며 “지나온 삶을 겸허히 되돌아보고 향후 추진할 정책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서 청문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